속도내는 삼성그룹 경영승계 구도… ‘이재용 시대’ 앞당겨지나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마치‘전격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삼성그룹의 경영승계 구도가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빠른 속도다.
최근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기로 한 것을 기점으로, 시장에서는 삼성가 3남매의 삼성그룹 분할구도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서도 27일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 결정, 중량감있는 전현직 언론인을 비롯한 대외홍보 라인의 영입 등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 강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삼성그룹측에서는 최근 일련의 상황 전개에 대해 ‘확대해석은 하지말아 달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의 인식은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정립 구조의 전개와 그 배경에 쏠려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위상강화, 왜 서두르나= 1968년생인 이재용 부회장은 30대 초반부터 삼성그룹내에서 이미 특별한 경쟁자없이 삼성가의 황태자로 일찌감치 낙점된 인물이다. 따라서 현재 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전개되고 있는 삼성그룹내의 경영승계 구도가 부자연스러울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외견상 어쩐지 초조한 느낌을 줄 만큼 서두른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도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삼성의 문화를 고려했을 때,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이번 삼성SDS와 삼성SNS(구 서울통신기술)의 합병결정에서 보듯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 작업이 매우 세밀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음도 엿볼 수 있다.
삼성SDS 1대 삼성SNS 0.462의 교환비율로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하는 방식인데, 이 합병을 통해 일단 삼성그룹내에서 비상장기업인 삼성SDS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통신기술이 지난해 3월 삼성SNS로 사명이 바뀌기 이전부터 이재용 부회장은 이 회사의 최대 주주(45.69%)로 주목을 받았었다.
삼성SDS의 최대 주주는 삼성전자(22.58%)이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개인 지분도 역시 11.26%로 증가해 향후 기업공개시 그룹지배 구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경우는 다르지만 SK 최태원 회장도 비상장이었던 SK C&C의 최대 주주였고, 이후 2009년 11월 SK C&C가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이 회사가 사실상 SK그룹내 지주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부인력 대거 영입…기존 조직에 대한 ‘경고’또는 그 이상?= 한 가지 주목할만한 것은 이러한 시점에 삼성전자가 이준(53) TV조선 보도본부 부본부장(기획팀 전무), 백수현(50) SBS 보도본부 부국장을 커뮤니케이션팀(홍보담당 전무), 백수하(49)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홍보담당 상무)를 영입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각 분야에서 중량감 있는 외부 전문가를 수없이 영입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외견상 부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수업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삼성전자 경영구도의 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할 즈음에 삼성전자내 고위 임원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안팎에서도 이번 현·전직 언론인들의 영입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고,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들’ 이라고 영입배경을 설명했고, 실제로도 3인은 해외 특파원 또는 외국계 IT기업에서 근무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임직원의 성과평가 체계가 철저하고 분명한 삼성전자가 외부에서 이처럼 많은 고위급 임원을 일시에 영입한 것은 기존 조직에 대한 불만 또는 경고의 의미도 함께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액 110조3300억원, 영업이익 18조310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각각 19%, 51%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역시 ‘사상 최대’의 수식어가 붙긴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미지근했다. 스마트폰 사업의 이익둔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 이유다.
여기에 최근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TV사업부문의 부진 등의 여파로 10조원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외견상 여전히 삼성전자는 ‘세계 최강’이지만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기업문화는 더욱 아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에는 홍보라인을 중심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했지만 곧 ‘이재용 시대’가 본격화 될 경우, 시장의 예상을 휠씬 뛰어넘는 강도높은 인사태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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