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믿을 사업이 없다”…한국IBM HW 부진 지속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한국IBM의 하드웨어 사업부가 총체적인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메인프레임 고객이었던 KB국민은행이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다운사이징을 결정하면서 큰 타격을 받은데 이어, x86과 스토리지 사업 역시 지속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국내 하드웨어 업계 및 한국IDC 등에 따르면, 한국IBM은 최근 마감된 3분기(7월~9월)에 x86 서버를 4500여대를 판매하는 것에 그쳤다. 이는 지난 2분기에 비해 20% 가량 하락한 수치다.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소폭 증가했으나, 올해 들어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IBM은 올 1분기에 7200여대의 서버를 판매했으나 2분기 5600대로 줄더니 3분기에도 1000대 이상 감소한 4500여대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IBM은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서버 등에서 이어온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x86 서버에서도 4소켓 이상의 하이엔드 서버에 집중함으로써 높은 마진을 얻겠다는 전략을 세워왔다. 그러나 사실상 x86 서버 제품과 기술 등이 평준화되면서 ‘IBM’이라는 브랜드는 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외형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2소켓 이하 서버 판매를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공세를 펼치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x86 서버가 탑재되는 퓨어플렉스 등 통합시스템을 통한 실적 역시 좋지 않다. 대조적으로 경쟁사인 오라클의 경우 엑사데이터와 같은 통합시스템의 판매 호조로 x86 서버 판매 대수와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핵심 인력의 이탈과 레노버로의 사업 매각 소식 등도 제품 판매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고객사의 구매패턴이 변화하면서 전체 x86 시장이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할 시기이기도 하다.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x86 서버의 가장 큰 구매층이었던 인터넷 기업들은 더 이상 브랜드 서버를 구매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대만 OEM 기업 등을 통한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서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현재 대기업과 포털, 호스팅 기업 등을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편 한국IBM이 중점 사업으로 밀고 있는 스토리지 사업 역시 상황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DC가 잠정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3분기에 한국IBM은 지난 분기에 비해선 무려 17% 가량 감소한 약 130억원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용량 기준으로도 8500테라바이트(TB)로 3% 이상 감소했다. 데이터의 증가로 저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시장 상황과도 대조적이다.


그동안 IBM은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스토리지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왔다. 가장 최근엔 플래시 메모리 업체인 텍사스메모리시스템(TMS) 인수를 통해 올(All)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제품 구성으로 선택과 집중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존 IBM 스토리지 제품이었던 ‘샤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가격은 비싼데 장애는 많이 난다’라는 인식이 여전히 잔재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 확대를 위해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다.


이밖에 유닉스 서버의 경우 현재 한국IBM 하드웨어 비즈니스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시장이다. 가상화나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빅데이터 등의 IT 이슈에 따라 x86 플랫폼으로의 다운사이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IBM은 지난 8월 자사의 유닉스 서버에 사용되는 파워칩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개방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