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인사…‘3세 경영’ 구도에 영향 있었을까
-파워게임 끝… 굳건해진 이재용 후계체계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한주엽기자] 어느해보다 관심이 높았던 삼성 인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 올해 삼성 인사의 키워드는 철저한 성과주의, 여성과 외국인의 중용으로 꼽힌다.
학벌이나 배경에 연연치않고 실적중시의 과감한 인재 발탁으로 조직 구성원들에게 강렬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이제 삼성을 지탱하는 핵심 가치로 완전히 정착된 느낌이다.
여성을 중용한 점도 긍정적인데, 올해 12명의 여성 임원을 발탁해 삼성은 국내 그룹 중 최다인 50명의 여성 임원을 두게 됐다. 국내 산업계에서 보이지 않는 여성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준다.
◆‘삼성전자의 독주’, 또 다른 과제 = 하지만 이번 삼성 인사의 또 다른 숨은 키워드는 그룹내 위상에 있어서의‘삼성전자의 독주’다.
이를 성과주의에 따른 결과로 순수하게 해석해야하는지 아니면 그룹 차원의 복잡한 복선이 깔렸는지 여전히 얘기가 많다.
올해 그룹 전체 임원 승진자 475명 가운데 226명(48%)이 삼성전자에서 나왔고, 지난 2일 발표된 사장단 인사에서도 8명 승진자 가운데 조남성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 7명이 삼성전자 출신이다. 또한 그룹 계열사 CEO중 삼성전자 출신 CEO가 70%에 육박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위세는 더욱 막강해 졌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삼성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삼성전자가 거둔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이같은 인사가 문제될 것은 없으나 타 계열사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 또한 적지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수년간 그룹 계열사의 몇몇 수익성 높은 사업이 삼성전자로 이관된 바 있는데 이런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실적은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역량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또한 삼성측이 강조한 ‘삼성전자의 성공 DNA 전파’가 정서적으로 그룹 전체에 공유되는 것이 만만치 않은 과제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그룹 내부적으로 삼성전자와 삼성후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돌고 있는데 이같은 냉소적 분위기의 해소는 삼성측이 시급히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파워게임 무색… 더 견고해진 이재용 부회장의 위상 = 한편 시장과 언론 매체들은 이번 삼성의 인사를 앞두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가 툭 튀어나오는 매직아이를 기대했다. ‘삼성의 3세 경영권 구도’가 보다 구체화 될 것인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그리고 이번에 승진한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등 남매의 그룹내 역할 배분과 3세 경영구도의 향배를 해석할만한 의미있는 변화가 제시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또 증권가 일각에선 삼남매가 각각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 호텔신라, 제일모직의 주가를 비교하고 그것에 따라 개인의 능력치를 연계시키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관점의 분석은 애초부터 큰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룹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그룹내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견고한 위상이 분명하게 재확인된 정도”라는 수준의 분석을 내놓는다.
물론 일각에선 이번 인사에서 나타난 ‘삼성전자의 독주’가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위상을 크게 부각시킨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들의 실적과 3세 경영 승계 구도의 변화를 연계시키는 시각은 무리라는 지적이 우세한 분위기다. 한 전문가는 “(후계구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얘기인데 시장은 여전히 이런 저런 변수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와 금융부문을 맡고,이부진 사장은 서비스 부문과 화학 계열, 이서현 사장은 패션, 광고 부문을 맡게될 것이란 기존의 그룹 사업분할 관측의 연장선상에서 봤을때, 이서현 부사장의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승진은 나름대로 의미를 둘만하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의 순환출자구조에서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은 이재용 부회장이 25.10%, 이부진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8.37%이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 느껴지는 체감지수는 삼남매의 지분율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아 보인다.
한편 삼성의 커뮤니케이션팀이 크게 강화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번 임원 승진인사에서도 삼성측은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는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2명, 상무 승진 4명 등 총 7명이 승진했다.여기에는 언론인 출신 2명도 포함됐다.
삼성측은 그룹의 조직이 커지면서 대외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시기적으로는 3세 경영구도의 정립이라는 큰 틀에서 볼때에도 앞으로 시장과 소통해야할 과제들이 적지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은 올해 백수현 전무, 이준 전무, 백수하 상무 등 언론인 출신의 임원을 외부에서 대거 영입한 바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한주엽 기자>poweruse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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