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코드명 ‘베이트레일T’로 알려진 인텔의 태블릿용 시스템온칩(SoC) ‘아톰 Z3000 시리즈’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인텔은 자사 아톰칩과 퀄컴 스냅드래곤, 엔비디아 테그라의 성능비교 테스트 결과 수치를 공개했다.
인텔이 자사 모바일 SoC와 경쟁사 제품의 성능을 비교해 그 수치를 구체적으로 일반에 공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간 이 회사는 이런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었다. 전문가들은 “그 만큼 자신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텔 베이트레일T이 스냅드래곤, 테그라 시리즈보다 성능이 높았다.
인텔은 안드로이드와 윈도 운영체제(OS) 두 가지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안드로이드 OS에선 사진 편집 등의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해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모바일XPRT 2013이 사용됐다. 전작 아톰 프로세서인 인텔 클로버트레일+가 탑재된 레노버 K900 스마트폰의 성능을 1로 놓고 보면 퀄컴 스냅드래곤 800이 탑재된 소니 엑스페리아 Z 울트라의 성능 수치는 1.14, 엔비디아 테그라4가 탑재된 태블릿 도시바 익사이트 프로는 1.28, 베이트레일T(쿼드코어 아톰 Z3770)가 탑재된 레퍼런스(표준형) 태블릿은 1.70의 성능을 냈다.
윈도 OS에서도 비슷한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터치XPRT 2013이 쓰였다. 윈도 환경에선 베이트레일T와 경쟁사 제품의 성능 차이가 더 크게 났다. 아톰 클로버트레일이 탑재된 에이서 아이코니아 W510의 성능을 1로 놓고 봤을 때 스냅드래곤 S4가 탑재된 델의 태블릿 XPS 10의 성능 수치는 0.84, 엔비디아 테그라3가 탑재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RT의 수치는 0.65였다. 베이트레일T가 탑재된 표준형 태블릿의 성능 수치는 2.49였다.
이 같은 성능 차이가 나는 이유는 생산 공정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베이트레일T는 22나노 3D 핀펫 공정(인텔 기술명 3D 트라이게이트)으로 생산되는 반면 퀄컴 등 경쟁사들은 현재 28나노 평면 공정에 머물러 있다. 공정 미세화로 회로 선폭이 좁아지면 처리 능력이 높아진다. 다이 크기가 작아지는 덕에 전력소모량도 줄일 수 있다.
인텔의 독자적인 ‘실버몬트’ 마이크로아키텍처가 적용된 베이트레일T는 버스트 테크놀로지 2.0을 통해 필요할 때만 기본 주파수보다 높은 주파수로 작동한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카메라 등 SoC 내에 적용된 각종 설계자산(IP) 블록들은 전력을 공유하는 형태여서 배터리 지속 시간도 길어진다고 인텔 측은 설명했다.
인텔은 PC 시장에선 ‘지배자’ 위치에 있지만 모바일 분야에선 아직 스타트업 업체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인텔이 스마트폰용 모바일 AP 시장에서 차지한 매출액 점유율은 0.2%에 그쳤다. 올해는 이보다 점유율이 늘어나겠지만 0.5% 내외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텔은 내년 태블릿용 SoC의 출하량이 올해 대비 4배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자사 칩이 탑재된 태블릿의 판매 촉진을 위해 ‘4X 태블릿 캠페인’을 전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