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네트워크·통신 장비 업계는 올 상반기에 극심한 수요 가뭄에 시달렸다. 새 정부 출범과 조직정비에 시간이 걸리면서 정부·공공사업이 미뤄지고, 통신사들도 롱텀에볼루션(LTE) 관련투자를 마무리지으면서 대대적인 투자 요인을 찾지 못했다. 하반기에 들어서서야 통신사 등에서 투자가 살아나 업체들이 숨통을 텄다.
대규모 사업은 간간이 눈에 띄었다. 국방부 메가데이터센터, 한국거래소(KRX) 등 IT업계 전반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사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NHN, 삼성SDS, 군 노후장비 교체, 농협, KB국민은행 등 네트워크 신규 구축 및 고도화 사업이 업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시·도 교육청 스마트교육 인프라 구축 사업이 하반기에 본격화돼 국·외산 무선랜 장비업체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다.
통신 시장에서는 몇 년간 무선망 투자에 집중했던 통신사들의 유선 투자가 잇따라 추진됐다. KT의 전국 단위의 유선망 고도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KT는 서울, 부산 등 5대 광역시 사이의 장거리 통신망을 100G로 연결하고, 그 도시 주변도 10~40G로 확장해 엮는 도권망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100G 장비(ROADM)는 화웨이가, 도권망 장비는 화웨이와 코위버가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SK텔레콤의 IP 기반 모바일 백홀망 구축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KT나 SKT의 이들 사업은 올해 도입 장비 물량은 100억 이내로 당초 예상보다 규모가 적지만, 한번 선정되면 3~4년 지속적인 먹거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관련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무선 분야에서는 LG유플러스가 새롭게 확보한 주파수인 2.6GHz 광대역 LTE 전국망 구축 사업이 가장 큰 이슈였다. LG유플러스는 수도권 지역 LTE 기지국 장비 공급업체로 화웨이를 선정해, 국내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 중국업체의 첫 진입로를 내줬다.
한편, 통신사들은 통신망을 보다 효율적이고 민첩성이 뛰어난 지능형 망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시범사업을 벌였다. 내년에는 캐리어이더넷(PTN), POTN(패킷광전송네트워크),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등 그간 검토해온 다양한 차세대 기술 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국산 네트워크 장비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분출된 한 해였다.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크게 요구됐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구성된 ICT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기대감이 쏠렸다.
더욱이 올해 국산 장비업계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올랐다. 올해 진행된 굵직한 사업 대부분은 예외없이 외산 잔치가 된데다 화웨이의 이동통신 장비 시장 진출은 업계의 긴장감을 크게 높였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중국 및 외산 장비 사용에 따른 통신망 보안 우려, 네트워크 산업 생태계 파괴로 인한 고사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아울러 시장에서 국산 장비를 적극 사용하고 국산장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네트워크 장비 산업을 지원할 법제도적 기반은 올해 상당부분 마련됐다.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이 제정됐고, 미래부는 지난 8월 네트워크 장비 산업을 포함한 ‘ICT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미래부의 이 전략에는 오는 2017년까지 세계 ICT 장비 5대 생산강국 도약을 목표로 시장선도형 연구개발(R&D) 추진, 22개 ICT 명품장비 개발, 공공 시장 수요 확대, 수출 활성화로 ICT 장비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오지 않은 채로 올해가 지나가게 됐다.
최근 미래부는 네트워크 산업의 발전적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통신사, 장비제조업체 등이 참여하는 ‘네트워크산업 상생발전 협의회’도 만들었다. 이 협의회를 통해 미래부는 내년 초에 상생발전 방안을 내놓고, 산업계 현안을 적극 해결해나간다는 계획이다.
ICT진흥 특별법은 내년 2월 14일 시행된다. 이 법에는 ICT 장비의 품질인증, 인증 장비의 공공부문 우선 구매, 공공기관 장비 구매수요 제출·공표 및 사용현황 조사 등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