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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화된 금융 ITO모델’ 의 퇴장... 되돌아본 우리FIS

박기록

▶(사진) 우리에프아이에스 상암 데이터센터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2014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에프아이스(FIS) 서울 상암 데이터센터의 분위기는 어느때보다 무겁다.

향후 우리금융(우리은행 패키지)의 매각형태에 따라 이에 포함된 우리FIS도 순식간에 분해 또는 해체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600여명이 넘는 우리FIS 직원들, 그리고 여러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누군가가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다면 착잡함 묻어나는 미소만 힘없이 되돌아올 것 같다.

앞서 지난해말 경남, 광주은행(지방은행 패키지), 우리투자증권(증권패키지)의 매각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14개 우리금융 그룹 계열사중 8개사는 이미 새주인을 찾았다.

이제 우리금융 매각의 최대 관심사인 '우리은행 패키지'만 남게됐는데, 우리은행 패키지에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FIS, 우리카드,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 우리종금, 우리경영연구소 등 6개사로 구성됐다.

우리은행 패키지의 인수후보군으로는 이미 알려진바대로 KB금융, 교보생명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매각을 원할하게 하기위해 우리은행 패키지의 매각조건을 더 유리하게 바꿀경우엔 제3의 인수후보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짐싸는 직원들 = 시기를 특정지을 수 없지만 빠르면 올해 2~3월중으로 정부의 '우리은행 패키지'에 대한 매각방향이 윤곽을 잡게되면 아직 안개속인 우리FIS의 운명도 대략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경우 이때부터 기존 우리FIS 직원들의 거취문제가 가장 민감한 현안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우리은행의 IT서비스를 우리FIS가 맡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FIS조직의 우리은행 흡수합병 또는 IT자회사 편입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우리FIS 조직의 분해 또는 해체도 물론 여러 시나리오중의 하나다.

이런 가운데 이미 BS금융이 우선협상자로 결정된 경남은행의 경우 130, JB금융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광주은행 80, NH농협증권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우리투자증권 50~60명선에서 기존 우리FIS IT인력의 소속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00년대 초, 우리FIS 출범 당시 소속전환을 통해 조직에 합류했던 직원들이 다시 원소속으로 복귀하는 모양새다.

주로 기존 우리FIS 내에서 경남, 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시스템을 담당하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환작업이 진행됐으며, 우리FIS측은 "가급적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기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소속전환을 선뜻받아들이는 직원도 있었지만 지방근무가 여의치 않아 잔류를 희망하는 직원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미처 예상치못한 난감한 상황도 돌출됐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그동안 이 회사의 IT를 담당해왔던 전산직원들이 다시 우리투자증권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입사 조건이 바뀌게 된 것이다.

'퇴사한 직원이 재입사를 하게될 경우 계약직으로만 가능하다'는 우리투자증권의 기존 내규때문이다. 앞서 이 직원들은 우리투자증권 소속이었지만 처음에는 우리FIS에 파견나왔다가 우리FIS로 소속이 전환되면서 퇴사처리됐다. 복귀하는 직원들은 다시 소속이 NH농협증권으로 바뀌게 되는데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렇게 소속이 자주 바뀌는 것도 보기드문일이다.

해체되는 'IT 조직 통합'의 역사 = 지난 10여년간 우리금융그룹내 IT조직을 끊임없이 통합시켜왔던 우리FIS가 우리금융의 분할매각 방식으로인해 다시 해체의 수순을 밟게된 것은 아이러니한 결말이다.

우리금융의 지난 IT통합의 과정을 역순으로 해체해보면, 우리FIS가 복잡한 DNA를 가질 수 밖에 없는 두꺼운 퇴적층과 만나게 된다.

지난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에서 시작해 이후 한빛은행으로의 개명, IT자회사들의 통폐합, 이후 지방은행과 평화은행(IT자회사 '넥스비텍' 포함)의 흡수합병, 그리고 우리금융으로 개명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에서 IT조직의 통합도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우리FIS 조직이 단순한 물리적 조직체에서 화학적 결합체로 바뀌는 과정에서 잡음과 갈등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우리FIS를 구성하는 출신성분이 제각각 다르다보니 임금테이블이 달랐다.

우리FIS를 퇴직한 이들이 대부분 빼놓지않고 아쉬움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같은 조직의 이질감이다. 이 후유증은 지금도 남아있을 지 모른다.

실제로 초창기 우리금융그룹의 IT조직을 우리FIS로 통폐합하는 과정은 매우 역동적이었을지 몰라도 직원들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과정은 험난했다. 우리FIS가 출범하고 최소한 몇년동안 우리FIS를 맡은 수장들은 IT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함께 조직은 추스르는 데도 적지않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출범이후 4~5년이 지나면서 그룹 계열사와 우리FISIT투자의 ROI를 철저하게 따지는 투자결정 프로세스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룹내 계열사라는 울타리 때문에 모호했었던 갑과 을의 경계도 점차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또 지주사는 우리FISIBM과 같은 외부 IT업체와도 아웃소싱서비스 경쟁을 하도록 시도했다.

회사 출범 초창기 태생적 산만함때문에 은행권에서 알게모르게 비아냥을 받았던 우리FIS는 시간이 흐르면서 내부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가장 주목받는 금융 IT아웃소싱 모델로 성장하게된다.

'금융 대형화 시대의 ITO전략 모델'로 벤치마킹 대상...효율성 논란도 =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발발이후, 국내 금융산업에선 대규모 구조조정 강풍이 몰아쳤다. 그리고 지주회사 형태의 금융회사 대형화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이같은 금융 대형화의 광풍을 IT측면에서 강력하게 뒷받침해왔던 가장 진화된 실증적인 모델이 우리금융의 IT 세어드서비스센터(SSC) 전략이다. 지난 10여년이 넘게 SSC방식의 ITO전략을 이끌어온 국내 금융권의 가장 뛰어난 실증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사 중심의 대형 금융그룹의 집중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우리금융과 같은 대형 금융사가 그룹내 IT계열사의 IT조직을 통폐합시키는 SSC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인지는 아직 유보적이다. 이같은 SSC 방식의 IT아웃소성 전략을 놓고 대형 금융그룹들간의 효율성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1년말, KB금융그룹은 수개월간의 컨설팅을 통해 우리금융과 같은 형태의 IT아웃소싱 모델을 내부적으로 준비해왔으나 끝내 이의 도입을 백지화시켰다. KB금융측은 국민은행의 IT자회사인 KB데이타시스템을 KB금융지주의 자회사로 격상시켜 우리FIS와 같은 역할을 부여할 계획이었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이처럼 SSC방식의 IT아웃소싱 모델에 대해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은행 소속의 IT인력이 비록 동일 그룹간의 이동이지만 IT서비스 회사로 소속이 완전히 바뀌는 것에 대한 저항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KB금융뿐만 아니라 하나금융, 신한금융 등도 내부적으로 몇년동안 우리FIS와 같은 SSC기반의 ITO 모델을 지향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지만 역시 본질은 같은 이유다.

우리FIS가 출범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할 듯하다. 당시 금융권 구조조정은 혹독했다. 은행원으로서의 커리어도 중요했지만 살벌한 구조조정의 칼날도 공포스러웠다. 그룹내 IT회사로 전환을 하는 것이 그렇게 부잔연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융권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몇 년의 안정기를 거친 이후, SSC 방식의 IT 아웃소싱 전환은 이같은 보이지않는 저항 때문에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로 변했다.

이 때문에 금융IT 전문가들은 우리FIS와 같은 강력한 IT아웃소싱 모델은 대기업계열의 오너십이 확실한 2금융권에서나 볼 수 있을 뿐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에서는 더 이상 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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