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CD 사업 고민… 소니 떠난 빈자리 뭘로 메울까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9.1인치 이상) 액정표시장치(LCD) 출하량 및 매출액이 전년 대비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반제품(셀) 거래 비중 확대, 소니 물량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출하량과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의 조사 자료를 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억4137만대의 대형 LCD를 출하, 145억8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출하량과 매출액 점유율은 각각 20.2%, 20.3%로 LG디스플레이에 이은 2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전년 대비 성장률은 각각 -14.4%, -27.4%로 시장 평균치(출하 -7.8%, 매출 -10.2%)에 미달한 성과를 냈다. LCD 상위 업체들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의 역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사업 성적이 가장 나빴다는 얘기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LCD 출하량이 시장 평균치 대비 더 줄어든 이유는 소니로 공급되는 물량이 지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소니는 지난해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전체 LCD TV용 패널의 69%를 공수받았지만 이 비중은 2분기 48%, 3분기 43%까지 떨어졌다. 4분기에는 40%를 밑돌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소니와 LCD 합작사(S-LCD)를 청산할 때부터 이미 관련 물량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은 나와 있었다”라며 “소니는 LG디스플레이와 대만 AUO, 이노룩스 등으로 패널 구매처를 다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출액 감소폭이 특히 컸던 이유는 물량 감소와 함께 TV 패널 분야에서 셀 거래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LCD 셀은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 컬러필터, 액정만이 조합된 상태로 백라이트유닛(BLU)과 디스플레이 구동 드라이버IC 등은 장착되지 않은 일종의 ‘반제품’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패널 업체들이 BLU와 드라이버IC 등을 장착한 모듈 상태의 LCD 패널을 TV 세트 업체에 공급했었다. 하지만 세트 업체들이 원가절감 및 완제품 차별화를 위해 LCD 모듈 조립을 직접 컨트롤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셀 거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반제품 판매가 늘어나면 그 만큼 매출액은 줄어들게 돼 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셀 거래 비중은 전체의 80%를 상회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픈셀 거래 비중이 늘면 모듈 생산을 위한 자재 관리 비용이 줄어 패널 제조사 이익률에 긍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난해 하반기 LCD 패널 가격 하락이 워낙 컸던 탓에 부정적 영향이 더 많았던 것으로 분석한다. 작년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1100억원)이 전 분기 대비 89%나 급감한 이유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역성장에 따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재고조정 여파와 함께 LCD 사업의 적자폭이 보다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작년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 LCD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을 -7.5%로 추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LCD 사업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고해상도 노트북, 태블릿, TV용 패널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TV용 패널은 중국 현지 세트 업체를 대상으로 판매 프로모션을 강화한다. 최근 가동에 들어간 중국 쑤저우 공장의 생산 능력도 시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확충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는 태블릿용 LCD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태블릿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있어 TV용 LCD 패널 생산 라인을 태블릿용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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