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자·소재, 금융, 화학·건설…빨라진 ‘삼성그룹 분화’ 시나리오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3일 증권시장에선 삼성계열사중 ‘건설’사업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의 주가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전일보다 2300원(3.73%) 오른 6만4000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일(2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간의 합병이 결정되면서 삼성그룹내 ‘화학’사업 부문에 대한 교통정리가 1차적으로 이뤄졌고, 이제 그 다음 수순으로 ‘건설’사업 부문에 대한 교통정리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삼성그룹내 타 계열사들과는 달리 그룹 3세 경영승계 구도에서 차지하는 의미도 남다르다. 향후 ‘전자·소재’, ‘화학·건설’을 축으로 하는 삼성그룹 분할 구도와 직접적으로 맥락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 ‘삼성물산’이 주목받는 이유 =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중 건설 사업은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맡고 있다. 만약 삼성물산으로 그룹내 건설부문이 합쳐진다면 외형 자체만으로도 초대형 건설사가 탄생하게된다.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중 ‘건설’이 들어간 사명을 쓰는 회사는 없다. 과거 삼성종합건설이 있었으나 1996년 삼성물산에 흡수됐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삼성에버랜드,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종합화학, 삼성SDS 등 상장, 비상장 계열사의 보유 지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9조원대가 넘는 것으로 증권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룹 사업구조 개편과정에서 삼성물산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또한 향후 그룹 분할에서도 중요한 한 축을 맡게될 것’이란 관측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시기의 문제였을 뿐 삼성물산으로 그룹내 건설사업이 대통합되는 시나리오에 시장의 관심은 일찌감치 맞춰져 있었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해 12월 보유 중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203만6966주(지분율 5.09%) 전부를 1131억원에 삼성물산에 매각했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자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삼성물산은 삼성종합화학(36.9%), 삼성석유화학(27.3%)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건설-화학’의 카테고리가 만들어 진다.

◆‘전자-소재’, ‘건설-화학’ … 빠르게 맞춰지는 퍼즐 = 시장의 예측대로 일단 건설부문까지 사업구조정이 이뤄지면 삼성은 지난해 9월 삼성SDS와 삼성SNS와의 합병을 시작으로 전자, 소재, 화학, 건설, 금융 등 굵직 굵직한 사업 영역에 대한 1차 사업구조 재편작업을 완료하게된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시장과 언론 매체들은 삼성전자, 삼성SDI 등을 중심으로 한 ‘전자-소재’부문, 또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건설-화학’ 부문의 그룹 분할 시나리오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이같은 시장의 예측은 현재의 삼성그룹내 지분구조와 사업구조조정의 방향성을 봤을 때 무리는 없어보인다. 일각에선 LG그룹이 LG와 GS로 분화되는 과정과 흡사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한 삼성그룹 계열사들간의 복잡한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룹 분할의 완성을 위해서는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도 검토해야하기 때문에 넘어야할 난관이 많다. 또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선 삼성SDS 등 비상장 기업의 역할이 거론된다.

또한 삼성그룹 분할의 퍼즐을 모두 완성하려면 앞으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까지도 고려해야한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를 총 2641억원에 취득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이 28.60%에서 34.41%로 높아지면서 삼성생명을 지주회사인 에버랜드 아래에 놓는 ‘중간지주회사’ 시나리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삼성그룹측에서는 아직 이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3세 경영승계와 삼성그룹 분할 시나리오 =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삼성그룹의 분할은 어차피 예고된 수순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자-소재, 건설-화학, 금융, 서비스, 패션 및 미디어 등 소그룹으로의 분화를 예상해왔다.

각 소그룹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공식화되지 않않지만 시장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소재, 금융부문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건설 및 화학, 호텔부문을,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이 패션 및 미디어 등을 이끌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룹 지배구조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가진 장남 이재용 부회장과 각각 8.37%를 소유한 이부진, 이서현 사장 3남매의 구도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변함이 없다.

한편 삼성의 경우 톱니바퀴처럼 정교하면서도 빠르게 사업 구조개편이 이뤄지고 있고, 또 이와 동시에 사업의 재편도 업황의 관점에서 봤을때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무엇보다 합병 소식에 관련 기업의 주가들이 강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영승계 과정에서 무리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불필요한 시장의 신뢰 하락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의 경우는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를 한것같다”고 평가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