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입원… 삼성, 사업재편 등 경영승계 속도내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한주엽기자] 이건희 회장의 건강문제는 사실상 그동안 삼성그룹의 경영 리스크중에서 가장 민감한 요소로 꼽혀왔던 부분이다.
이 회장은 일년중 많은 시간을 기후가 좋은 해외에서 보내야 할 정도로 평소 건강관리에 적지않은 신경을 써왔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적으로는 3세 경영승계을 위한 정지작업과 함께 '마하경영'을 중심으로 신경영을 위한 혁신전략의 구현을 동시에 서둘러야하는 상황이 민감하게 맞물려 있었다.
시기적으로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돌출된 이 회장의 건강 악화는 삼성의 비상경영 체제 전환과 함께 그동안 삼성의 3세 경영승계 시나리오가 전체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 이 회장의 세자녀를 중심으로 한 그룹 분화 시나리오가 오래전부터 제기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공식화된 단계가 아니어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현재로선 이 회장의 건강 회복 등 예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최지성 부회장 등 삼성 미래전략실 수뇌부들은 12일 오전 6시30분 평소대로 서초동 본사 사옥을 출근함으로써 일단 큰 고비는 넘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 관련주들도 우려를 씻고 12일 증시에서 정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 전일대비 1% 상승한 134만8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11일,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도 이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함으로써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 비상경영체제…사업재편 더 속도낼듯 = 이 회장의 입원으로 삼성측은 당분간 비상경영 체제 돌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이 회장의 건강악화를 포함해 비상상황을 상정한 비상경영체제 시나리오는 이미 그룹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준비됐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당초 예상됐던 삼성의 사업재편 시나리오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삼성은 몇 번의 비상경영체제를 경험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08년 4월에는 ‘삼성 특검’ 여파로 이 회장이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한 당시에는 사장단협의회를 가동시킨 바 있다. 당시 삼성은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를 두고 자율경영기조로 위기를 돌파했다.
물론 지금은 당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비상체제라고 하지만 기존대로 미래전략실과 함께 사장단회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 기구가 본연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돼온 삼성그룹 사업재편 작업은 이미 상당히 많이 진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9월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결정을 시작해, 삼성에버랜드의 물적분할과 일부 사업의 계열사 매각,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 등 사업영역별로 재편이 숨가쁘게 진행됐으며 이제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건설’과 ‘금융’ 부문에 대한 사업재편이 최대 관심사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건설부문의 경우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맡고 있는 건설사업부문의 통합을 시장에선 예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삼성에버랜드,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종합화학, 삼성SDS 등 상장,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증권가에서는 약 9조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부문은 아직 명확한 사업조정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삼성생명을 중심으로한 재편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를 총 2641억원에 취득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이 28.60%에서 34.41%로 높아지면서 삼성생명을 지주회사인 에버랜드 아래에 놓는 ‘중간지주회사’ 시나리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직은 유보적이다.
◆그룹 분화 시나리오, 견해 엇갈려 = 3세 경영승계의 관점에서 보면, 최근 삼성의 행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랜딩에 주력한다는 느낌을 준다.
앞서 삼성은 지난 1일 미래전략실의 사장급 등 팀장들을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인사·홍보·법무 책임자로 전진 배치하는 등의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혁신의 DNA를 전파하려는 의도와 함께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체제를 안정시켜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추측만 무성했던 삼성SDS의 상장결정도 경영승계 관점에서 보면 맥락이 닿아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S의 상장으로 이 부회장이 약 1조2000억~1조3000억원(주당 14만원~15만원 평가시)의 시세차익을 확보, 상속세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열사 지분확보 등 승계 비용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또한 삼성SDS의 상장은 삼성그룹 사업재편이 사실살 마무리 수순이며, 이어 이 회장 삼남매를 중심으로 한 소그룹 분화 시나리오로 이어지는 예상을 낳게했다. 시장에서 제기됐던 소그룹 분화 시나리오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인 이서현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만 최근 이같은 삼성그룹의 계열별 분리가 당장 탄력을 받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삼성의 사업재편 내용이 급격한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기존 소그룹 분화 시나리오도 많이 변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삼성측이 '사업개편은 3세 경영승계와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낳게한다.
이런 점에서보면, 소그룹 분화없이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가진 장남 이재용 부회장과 각각 8.37%를 소유한 이부진, 이서현 사장 3남매의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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