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국민은행, 유닉스 다운사이징 중단되나 …IT업계 ‘당혹’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이상일·백지영기자]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가 주전산기 교체 사업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관련 사업에 참여하는 IT업체들도 당혹감에 휩싸였다. 혹시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되거나 연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IT업체들은 프로젝트를 위해 거의 1년 넘게 진행된 각종 테스트에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해 온 IT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투입한 인력과 비용이 적지 않은데,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단 공식적으로 사업자 선정 일정은 큰 변동없이 진행된다. 국민은행은 21일 입찰제안서를 마감하고,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입찰 제안서 마감은 당초 오후 5시까지였는데 오히려 오후 3시로 앞당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감원이 특별검사에 돌입하는 등 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진행되면서 이 프로젝트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19일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이 주전산시스템인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환경으로 전환하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전산기 교체 작업이 최종 승인을 받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로부터 메일 한통을 받았다.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이 더 높은 비용 부담을 야기한다는 내용과 함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일종의 항의 메일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 은행장은 정병기 감사위원에게 감사를 지시했고, 자체 감사 결과 이사회 의결 안건으로 부의된 보고서에 사실을 왜곡, 누락한 정황을 발견했다. 19일 긴급 개최된 이사회에서 정 위원이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사외이사 6명이 수용을 거부하자, 이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같은날 금감원은 즉각 국민은행 특별 검사에 착수했다. 20일부터는 KB금융지주에 대한 특검도 개시하면서 문제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국민은행은 주전산기 전환을 결정한 이사회 의결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어서, 실제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고 IT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현재까지 가처분 신청 접수는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21일 주전산기 전환 프로젝트 입찰 마감이 예정대로 진행 중이여도 현재 은행 및 지주가 특검 중이고, 가처분 신청이 들어갈 경우 향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차세대금융시스템(NGBS)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IBM과 7년 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통합 제공하는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은행은 비용 부담 및 특정업체에 지나치게 종속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결정을 결정했다. 지난 2000년초부터 국내에 불어닥친 유닉스 다운사이징 바람으로 현재 메인프레임을 쓰는 시중은행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SC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유일하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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