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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전환? 순환출자 유지?…삼성, 경영승계 시나리오 큰 시각차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내년 1분기 삼성에버랜드 상장 이후 전개될 ‘삼성 지주회사 전환’이나 ‘삼성그룹의 분할’ 시나리오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시나리오만큼이나 전문가 예측도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전자/소재, 제조, 금융, 건설, 화학, 패션, 미디어 등 그룹 각 사업분야별로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삼남매가 맡게될 영역에 대해서도 각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견해차가 드러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냐,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그대로 유지하느냐의 사이에서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는 모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최근 진행되는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행보가 철저하게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룹 분할 시나리오도 역시 그룹내 영업이익의 70%를 책임지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놓고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그룹내 주요 사업재편 과정에서 보여졌듯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삼성 경영승계를 위한 기술적 밑그림이 꾸준하게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주회사 전환 유력한 이유… 전문가들 “그룹 지배력 안정적 강화” = 지금까지 삼성에버랜드 상장과 관련, 시장에서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는 것은 지주회사 방식이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쏟아지는 이유는 삼성의 3세 경영승계와 안정적인 그룹 지배력를 고려했을때 지주회사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다시 지주회사(Holding Company)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이 큰 삼성에버랜드를 합병시켜 지주회사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이 가장 많이 제시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 부회장이 25.1%,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KDB대우증권은 3일 분석자료를 통해, 먼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물산과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고 전자, 생명 등 그룹 내 핵심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한편 향후 계열 분리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삼성전자를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해 전자계열사를 관리하고 삼성생명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해 금융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에버랜드가 각각 인적분할해 지주사를 세운 뒤 다시 이들 3개 지주사가 모두 합쳐지는 통합지주사 체제를 예상했다. 또 삼성전자를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가전 등 4개 사업부문으로 분할하고 이를 지주회사 방식 또는 기존 순환출자 형태로 지배하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 쏟아지지만…삼성은 침묵 = 그러나 삼성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막대한 재원 마련의 문제 때문이다. 이는 삼성의 그룹분할과 3세 경영승계와 맞물려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지주회사 전환에 앞서 삼성측은 금산분리를 위해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19.3%를 비롯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2%,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1.3% 등을 해소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십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은 삼성SDS,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을 통한 3세들의 상속세및 합병을 위한 재원 마련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도 삼성측에선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관련해 재원마련 방안 등 세부 각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떠한 내용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적이 없다.

◆기존 순환출자 구도 유지한채 '이재용 시대' 전환 가능성도= 지주회사 전환이 현실적으로 쉽지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한편으로 주목할만한 시나리오는 기존 그룹 순환출자 구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3세 경영승계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즉, 기존 삼성 지배구조의 역학관계에 있어서 이건희 회장의 역할을 이재용 부회장으로 치환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물론 지금까지 시장에서 수없이 제기돼온 지주회사 방식의 물리적인 그룹 분할 시나리오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삼성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순환출자 구도의 지속 가능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삼성의 입장에선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할 이유가 크지 않고 또한 3세 경영승계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다면 굳이 기존 순환출자 구도를 깨뜨릴만한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1년여동안 그룹내 계열사들의 사업재편 및 지분구조 단순화 작업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지만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1대 주주는 이건희 회장)-삼성전자 순으로 연결되는 기존의 지배구조 틀은 그대로 유지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는 20.76%를 보유한 이건희 회장이고, 삼성에버랜드가 19,34%로 2대 주주이기때문에 삼성에버랜드는 지금까지 금융지주회사법과 공정거래법상 금융지주회사 요건에서 제외돼있었다. 그러나 이 회장의 기존 삼성생명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할 경우 상속세 등으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삼성에버랜드로 바뀌게 되면 결국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하고 순환출자 고리가 불안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기술적으로보면,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통해 삼성생명의 기존 보유 지분을 줄임(매각)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 최대 주주가 되는 방안이 제시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 순환출자 구조상에서 이건희 회장의 역할이 이재용 부회장으로 바뀌면 경영승계의 큰 그림이 일단 완성된다는 것이다.

물론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1대 주주가 되더라도 순환출자 구도에 반드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보유 자회사 지분의 가치가 회사 총 자산의 50%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지주회사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측이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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