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팬택 희망고문?…워크아웃 기한연장 ‘진정성’ 있나
- 업계, “채권단, 통신사에 책임 떠 넘겨”…통신사 배제 ‘새 워크아웃 방안’ 시급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희망고문인가.
팬택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팬택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연장 여부 결정 시한을 14일에서 또 한 번 미뤘다. 워크아웃에 통신사 참여를 위한 설득을 위해서라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업계는 팬택 워크아웃 무산 책임을 통신사에게 지우기 위한 채권단의 꼼수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팬택뿐 아니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채권단 책임을 통신사에 돌리려 하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채권단이 팬택을 살리겠다면 통신사를 뺀 새로운 워크아웃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 채권단은 14일로 예정된 팬택 워크아웃 지속 여부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팬택은 지난 3월부터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채권단은 연장 여부 결정을 4일에서 8일로, 8일에서 14일로 두 차례 변경한 바 있다. 채권단이 팬택 워크아웃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마련한 정상화 방안이 통신사의 팬택 출자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다. 통신사는 침묵으로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명했다.
팬택은 국내 점유율 3위의 휴대폰 제조사다. 팬택 채권단은 ▲산업은행(지분율 11.81%) ▲농협(5.21%) ▲우리은행(4.95%) ▲신용보증기금(4.12%) ▲하나은행(3.49%) ▲수출입은행(2.78%) ▲신한은행(2.55%) ▲국민은행(1.75%) ▲대구은행(1.16%) 등 9개 금융기관이다.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이들은 지난 2일 통신사가 1800억원 출자전환을 할 경우 채권단도 3000억원 출자전환을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워크아웃을 의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통신사 출자전환을 전제로 워크아웃을 결정한 것 자체가 팬택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출자전환은 채무를 주식으로 바꾸는 것을 일컫는다. 채권단은 담보가 없는 채무를 주식으로 바꾸는 반면 통신사는 팬택 기기 판매 보조금을 주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 당했다. 출자전환 이후 대주주 역할도 채권단이 한다. 통신사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워크아웃 이후 지원을 약속하면 모를까 거래처 중 한 곳에 주주로 참여하라는 제안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채권단은 신규 자금 제공을 하나도 하지 않고 통신사만 하는데 팬택 정상화 이후 과실은 채권단이 따 먹는 구조다. 워크아웃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채권단이 워크아웃 무산 책임을 통신사에게 돌리려는 모양새”라며 “차일피일 명분 쌓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지원이냐 아니냐를 빨리 결정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팬택은 팬택대로 흔들리고 있다. 팬택 이준우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5개년에 걸친 경영정상화 방안을 이미 마련했고 그 첫 단계가 재무구조 개선”이라며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도 여럿 있다”라고 지금의 위기를 넘길 경우 희망이 있다고 했지만 직원들 동요가 상당하다. 팬택의 강점은 인재다. 이러다 사람이 빠져나가면 기회도 잡지 못한다. 협력사 피해도 우려된다. 팬택은 이달 중 500억원의 채권이 돌아온다. 이미 지난 11일 돌아온 220억원을 상환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협력사가 돈을 못 받은 셈이다. 팬택과 팬택 협력사 직원은 약 8만명이다.
한편 워크아웃 결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팬택은 벙어리 냉가슴이다. 채권단과 통신사 모두 눈치를 봐야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지난 간담회에서 불만을 토로하기 보다는 “절대 우리가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 기회를 한 번 더 달라는 것”이라며 “채권단 및 통신사 등 관계자들이 팬택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마음이다”라고 읍소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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