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끝났지만…지상파-유료방송 ‘쩐의 전쟁’은 이제부터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 축구대전은 끝났지만 한국 방송사들의 ‘쩐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월드컵 전 마무리하지 못한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간의 재송신 대가 분쟁이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SBS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7500만달러를 지불하고 중계권을 확보했다. 이후 KBS와 MBC에 되팔았다. 3사는 각각 4:3:3(KBS:MBC:SBS) 비율로 중계권료를 지불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국 경기에 딸린 광고는 모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기시간, 대표팀의 예선탈락 등으로 전체 광고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주로 새벽에 열린 경기, 국가대표의 부진에 세월호 참사 여파 등으로 인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손익계산서는 마이너스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월드컵 시작 전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 중계방송의 재송신 대가에 관해서는 별도 협의한다”라는 조항에 근거해 유료방송사에 추가 대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사들은 지상파가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돼야 할 월드컵 중계를 무리로 이윤 추구를 위해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정면충돌 분위기였지만 블랙아웃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월드컵이 시작되며 양측의 분쟁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고, 지상파의 손익계산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분쟁도 재개될 전망이다.
SBS 관계자는 “법적 조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며 “어떤 방법을 취할지 언제할지 등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사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월드컵 재송신 대가 자체는 물론, 향후 아시안게임, 가입자당 재전송료(CPS)와 연계해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법적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도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본격적인 소송전은 펼쳐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9월 스포츠 빅이벤트인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고 CPS 계약논의가 만료 3개월전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9월에 월드컵, 아시안게임, CPS 협상이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협상시기와 상관없이 이번에도 양측은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과거사례처럼 결국은 법원의 판단에 의해 분쟁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료방송 업계는 정부가 재송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논의되고 실제 추진도 됐지만 지금 정부(미래부, 방통위)는 “사적계약”이라는 이유를 대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고위관계자는 “사업자의 계약에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쪽의 협상논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상파 관련 정책을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분쟁에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재송신대가와 관련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이 전혀 다른 시작점에서 대가를 산정하다보니 이견을 좁힐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의무재송신 채널 범위 재지정 문제도 논의만 하다가 흐지부지됐다.
실무를 맡고 있는 미래부 관계자는 “이미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대가협상에 개입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며 “어찌됐든 방통위와 계속 논의는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쩐의 전쟁’은 뜨거운 여름을 넘기고 가을께 다시 뜨겁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중재, 개입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번 힘겨루기도 시장과 정책 측면에서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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