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발목 잡힌 금융IT 융합…결제시장 주도권 향배는?
IT융합이 금융권에 휘몰아치고 있다. 은행 고유 영역이었던 송금 서비스가 인터넷 업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인터넷 업체들은 막강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결제 업무에도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각종 금융 규제와 법규는 이같은 새로운 시장 흐름에 뒤처져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금융 IT융합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중국의 인터넷 업체 텐센트(Tencent)가 민영은행 설립 허가를 받았다.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27일 광둥성 선전(深圳)의 첸하이 경제특구에 텐센트의 민영은행 설립을 승인했다. 텐센트는 설립되는 은행의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돼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게 됐다.
중국에서도 민영은행 설립 허가는 민생은행과 평안은행 단 두 곳뿐인 상황에서 3번째 민영은행의 주인을 인터넷 업체가 차지한 것이다.
하루 뒤인 28일 국내에선 미래부와 금융위가 합동 브리핑을 통해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언급한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결제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급박하게 나온 것이다.
중국에선 인터넷 업체의 은행 소유가 인정되는 등 전통적인 은행업과 IT업체와의 결합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도 인터넷 상에서의 온라인 결제 편의성조차 글로벌 시장에 뒤쳐지는 모양새다.
세계적으로 온라인 결제 시장은 우리 정부가 몇 년간 강조해 왔던 ‘IT융합’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급결제의 전통적인 강자인 은행들과 IT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빠르게 모색되고 있는 것. 또한 서비스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온라인 결제 시장 참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미국 페이스북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비롯해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업체들은 자사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결제 서비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다양한 지급결제 사업이 파일럿 수준에서 진행됐을 뿐 은행 고유의 송금 서비스, 카드사의 신용결제 사업, 디바이스 및 통신업체 주도의 NFC(근접지급결제) 서비스 모두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이 문제의 원인으로 금융당국 및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지목하고 있다. 또 정책의 일관성 부재도 서비스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국내에서 인터넷과 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 창출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다. 사이버 결제 수단으로 한창 인기를 얻었던 싸이월드의 사이버머니 ‘도토리’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것이 2004년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첫 선을 보인 2009년보다 5년이나 앞선다.
또 알리페이나 페이스북 등 IT업체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델인 ‘인터넷 은행’도 우리나라에서 이미 2008년부터 논의가 본격화됐던 서비스 중 하나다. 하지만 ‘도토리’나 인터넷 은행 모두 영역을 확대하거나 실현하는데 실패했다. 시장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거나 정책 결정이 늦은 탓이다.
다만 최근 들어 금융당국의 정책기조와 정부의 움직임이 금융과 IT의 결합을 위한 정책 마련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은 새로운 IT기술을 접목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정책 연구를 장기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지금 연구에 몰입할 때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당국이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해외에서는 실제 서비스가 실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들이 다양한 결제 모델을 실험하고 있지만 국내는 규제에 발이 묶여 사업화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을 정책당국이 인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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