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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 VOD…주도권 잡기 본격화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원하는 시간에 방송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초기에는 지상파 방송 무료보기로 시작했지만 점차 유료 VOD 시청이 높아지고 있다. 아날로그 방송 시절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장이 열리며 지상파 방송 등 콘텐츠 사업자는 물론, 이를 유통하는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사들 모두에게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확대에 따른 문제점, 정책적 보완점도 적지 않다.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장규모, 수익배분율 등은 베일에 가려져있다. VOD 이용률 증가에 따른 광고시장 확대를 놓고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간 힘겨루기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VOD 콘텐츠 확보를 둘러싼 경쟁도 심화되고 있고 콘텐츠 사업자와 유료방송사간 저작권료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VOD 시장 급성장…누이 좋고 매부 좋고=동부증권은 국내 연간 VOD 시장을 약 62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이 중 지상파 프로그램 비중은 1800억~2500억원으로 추정했다. 동부증권은 이 같은 데이터를 근거로 이미 VOD 시장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수출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했다.

유료방송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시리즈는 VOD로 또 한 번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응답하라 1997은 총 제작비는 1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VOD 다시보기는 1000만건이 넘었고 이 중 유료 결제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편인 응답하라 1994는 전작의 5배 이상의 VOD 시청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패키지 상품 구매 등을 감안해도 제작비는 뽑고도 남았다는 것이 제작사 CJ E&M의 설명이다.

VOD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콘텐츠 최대 공급자인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해 8월부터 VOD 무료보기 가능기간을 방송후 1주일에서 3주로 늘렸다. 올해에는 VOD 1편당 가격을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올렸다. 지상파 방송사의 홀드백 기간 연장과 가격인상은 시장의 정체를 유발하기 보다는 오히려 VOD 성장세로 작용하고 있다. 프로그램 스토리라인을 쫓기 위한 유료 VOD 시청이 늘어나고 유료방송사들의 정액 상품 판매도 증가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올해 2분기 VOD 매출은 225억18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3.5%나 증가했다. 지난해 총 718억8000만원의 VOD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에는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T는 올해 들어 분기당 500억원 가량의 콘텐츠 매출을 내고 있는데 이 중 120억원 가량이 VOD 매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올해 3월 월정액 상품 이용자수 40만을 돌파했는데 이 중 지상파 방송 다시보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1만3000원짜리 상품이 18만을 차지했다. 특히, KT는 월간 VOD 플레이 횟수가 3억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VOD 시장 주도권 힘겨루기 본격화=유료방송사들의 VOD 매출 증가는 자연스레 지상파 방송사들의 VOD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유료 VOD의 경우 통상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가 7 : 3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마다 정확한 수익배분율은 베일에 가려져있다. 지상파 방송 이외의 콘텐츠 사업자와의 수익배분률 역시 다르다. VOD 매출을 정확히 공개하는 사업자도 드물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 분배는 사업자마다 다른데 공개되지 않는다"며 "콘텐츠 파워가 강한 지상파 방송사가 수익을 많이 가져가는 편이고 아무래도 소규모 PP 들의 경우 적게 가져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도 "수익배분율은 공개할 수 없다"며 "콘텐츠 사업자들의 수익배분 요구가 커지는데 계약에 불리하게 작용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확대되며 VOD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간 힘겨루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VOD 광고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VOD 시청 전 나오는 광고는 프로그램 로딩 중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채널을 돌릴 수도 없다. 프로그램 성격에 맞는 타깃형 광고 전략도 세울 수 있어 상당히 매력적이다.

한 유료방송사는 VOD 광고 단가로 시청 횟수 당 25원을 책정했다. 1억번 플레이가 되면 25억원의 광고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시장이 커지고 인기 있는 콘텐츠의 경우 별도의 광고료를 책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VOD 광고를 직접하겠다는 움직임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정보통신정책연구(KISDI)는 VOD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사업자간 상생 협의체 구성을 통한 경쟁과 협력 시너지 창출 ▲시장 내 공정경쟁 환경 조성 ▲규제의 예측성 제고 및 불법적 이용환경 개선 등을 꼽았다.

KISDI는 “협의체 구성을 통해 사업자간 자율적인 공정경쟁 및 수익배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망을 보유하거나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사업자가 시장에 불합리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제한하는 공정경쟁틀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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