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PC 사업 벼랑끝, 韓‧美‧中만 남기고 철수
- 경쟁력 있는 지역만 유지
- IM부문 시너지 효과, 사실상 실패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 PC 사업이 단계적인 축소 작업에 들어갔다. 사업계획을 통한 출하량 조정에 이어 지역별 철수 방침이 내려온 상황이어서 내년 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하다.
올해 삼성전자의 PC 출하량 목표는 600만대로 2013년 1363만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2012년 IM부문에 PC 사업이 흡수되면서 출하량 3000만대를 목표로 내건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 부를 만하다.
PC 사업부가 구심점을 잃어 큰 힘을 받지 못한 이유도 있으나 수익성을 대폭 낮추면서까지 출하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치고는 실적이 좋지 못했다고 봐야한다. 이에 따라 올해는 PC는 프리미엄 위주의 수익성, 태블릿이 저가 노트북 수요를 충족해 나가는 형태로 물량을 책임지는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및 사업구조 개편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하향세에 접어든 PC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연간 3000만대 이상의 출하량은 기록해야 레노버, HP, 델과 함께 일정한 물량을 가지고 시장을 리드할 수 있으나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익성도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결정이 섰다고 봐야 한다.
30일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에서만 PC 사업을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유럽은 PC 사업 철수가 진행됐고 나머지 지역은 순차적으로 계획에 따라 이뤄진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PC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한국과 중국, 미국에서만 PC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더 이상 PC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가 없다.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중국, 미국은 어느 정도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서 연간 출하량 400~500만대 정도는 유지가 가능하다.
우선 국내는 부동의 시장 1위에 올라있다. 2015년부터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데스크톱PC 판매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PC는 여전히 인기가 좋다. 연간 출하량은 200만대 정도다. 중국은 워낙 현지 업체가 강하지만 HP, 델에 이어 외국계 업체 가운데 3위에 올라있다. 애플, 도시바보다 연간 출하량이 더 많다.
미국시장은 크롬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크롬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9% 늘어난 520만대, 오는 2017년에 3배 이상 증가한 144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삼성전자는 170만대의 크롬북을 판매해 무려 64.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전통적인 PC 시장은 시름시름 앓고 있지만 크롬북만은 예외라는 얘기다. 교육 분야에서의 수요가 워낙 막강하다.
따라서 PC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완전히 정리한다고 하더라도 이들 지역에서의 물량은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더구나 PC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오랫동안 쌓아온 저력, 그리고 향후 시장에서의 스마트 기기 불확실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조금 더 시간을 끌고 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PC 사업을 일부 지역만 유지하게 되면 인텔코리아 등 협력업체의 주름살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PC를 생산하는 중국 쑤저우 공장의 가동률도 절반 수준에서 지지부진으로 전해졌다. 현재 PC 사업은 ‘신종균 라인’으로 불리는 IM부문 이돈주 사장과 이영희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태블릿과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태블릿 시장 자체도 매력이 떨어졌다. IM부문의 전체적인 수익성에 치중한 나머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PC 사업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해 2010년 첫 1000만대 출하량 고지를 넘어서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쟁사가 한 자릿수 초반대의 성장에 머물렀을 때 레노버, 애플과 함께 20~30%의 고속 성장을 나타낸 적도 있었으나 모두 옛날 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M부문의 역량을 나름대로 접목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이 됐고 지역별 유지 방안은 이미 계획에 잡혀 있기 때문에 실행만 남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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