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거침없는 중국 금융IT융합…인터넷은행 도입, 우리도 속도내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거대 중국 IT기업들이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로부터 민영은행 설립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 은행으로 지칭되는 ‘왕샹은행’과 텐센트의 ‘웨이쭝’ 은행 등 인터넷 전문 은행이 이르면 내년 1분기 중으로 공식 출범하게 된다.
중국 IT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과거와는 다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우며 제조업에 있어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온 중국기업들은 이제 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 분야에서도 자기의 목소리를 내며 글로벌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공습이 단순히 하드웨어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같은 IT서비스 기업이 세를 확장해 나가면서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없는 게 없다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미국의 ‘아마존’과 비견되고 있는 알리바바에서 직구(직접구매)를 즐기는 국내 고객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을 퍼블리싱해 성장한 텐센트는 이제 우리나라 게임사들의 중요 돈줄이 되는 한편 목숨줄을 쥐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무서움은 과감한 진출을 통해 해당 시장을 선점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중국의 인터넷 은행 설립에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인터넷 은행의 대중적인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처음 시도한 미국의 경우 현재 10여개의 인터넷 은행으로 정리된 모양새다. 닷컴버블을 기반으로 시도된 인터넷 전문은행이 수익성 등 여러 가지 문제 탓에 활성화되지 못했다. 일본의 경우도 지급결제 부분에 강점을 가지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됐지만 전방위로 확산되는 데는 아직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인터넷이라는 문화와 금융산업이라는 특성이 서로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학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어려운 점으로 은행업은 본래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온라인금융이 할 수 있는 업무범위가 크지 않고 인터넷 분야는 일단 해보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선해 나가는 비즈니스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은행업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의 경우 정부 정책의 과감한 추진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 확률이 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이번에 5개의 민영은행을 처음으로 허가 했는데 여기에 2개가 IT기업이 주도가 돼 출범한다. 중국정부의 인터넷 은행 육성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예전 한 전기차 업계 관계자에게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연구에 있어 가장 비전이 높은 나라가 어디인지를 물은 적이 있다. 이 때 이 관계자는 망설임 없이 ‘중국’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 미국, 일본 등이 도로환경에서 실험이 규제돼 있는 물질에 대해서도 실험이 가능한 나라여서 그들이 축적하고 있는 배터리 관련 원천기술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윤리적인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중국은 막대한 인구라는 테스트베드에 사실상 규제가 없는 실험환경이 더해져 파격적인 서비스와 상품개발을 일궈나가고 있다. 금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책에 힘입어 인터넷 은행에 있어서도 한발 빠르게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인터넷 은행에 있어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만 최근 정부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규제완화를 검토하겠다고 한 가운데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다음카카오 본사를 찾아가 카카오페이 시연회를 관람하는 등 적극적인 IT-금융 융합 정책 수립에 나서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 위원장은 시연회와 같이 이뤄진 산업계 간담회를 통해 IT와 금융의 융합을 저해하는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신금융서비스의 도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과 업계 관계자들은 ‘IT·금융 융합 관련 민관협력체’ 구성에 합의해 시장·산업에 대한 지향점을 공유하고, 신융합 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간편결제가 사회의 이슈로 부각되면서 ‘알리페이’ 등 중국 발 서비스의 국내 시장 잠식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인터넷 은행이 활성화될 때 중국의 도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금융권과 IT업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해법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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