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단체의 반올림 지지 성명이 나오고 있는 이유…그들도 속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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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별관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는 각종 노동, 시민, 사회, 인권단체의 인사들이 모여 앉았다. 이 자리는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이 만든 것이다. 반올림 측이 이들에게 사전(9월 4일) 발송한 ‘반올림 간담회 참석 요청’ 공문에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었다.
1. 함께하는 모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2.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입니다. 반올림은 고 황유미씨의 죽음을 계기로 2007년 만들어져, 삼성 직업병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하였습니다. 많은 이들의 힘이 있었기에 지난 7년 동안 반올림은 힘내서 싸울 수 있었습니다. 철옹성 같던 근로복지공단도 유방암, 백혈병 등에 산재 인정을 시작했습니다. 삼성 백혈병 항소심 역시도 2011년 1심 일부 산재인정에 이어 올해 8월 21일 고법에서도 일부(고 황유미, 고 이숙영) 산재인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7년간 울고 웃으며 싸워온 피해자들과, 반올림을 지켜주었던 사회적 연대가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3. 이런 사회적 힘과, 연대, 피해자 가족들의 힘이 모아졌기에, 삼성도 지난 5월 사과를 통해, 교섭을 진행하자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아시다시피, 삼성 측의 피해자 선보상 문제로 인해 반올림 교섭이 쉽사리 진척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우선 보상을 요구하는 삼성 측의 태도로 인해 내부 피해자들이 서로 갈라지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4.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 피해자 갈등상황의 부각, 반올림을 향한 악의적인 공격과 허위사실 유포, 그로 인한 삼성의 교섭 행태 등 반올림이 현재 직면에 있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전체 상황에 대해 연대 단위와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 자리를 통해 반올림의 현재 교섭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소중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간담회 왜 했나? 대표성 잃자 세 확대 위한 도움 요청
공문을 발송한 시점인 9월 4일은 삼성전자와 7차 협상을 가진 9월 3일 바로 다음날이었다. 반올림과 함께 활동하던 직업병 피해의심 당사자 및 가족 6인(송창호·이선원·김은경·정희수·유영종·정애정)은 3일 7차 협상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가대위)’를 공식 꾸리고 독자 협상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이날 가대위는 “반올림은 그간 실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의견을 묵살했었다”고 폭로했다. 반올림 측은 이날 가족 6명과 입장이 달라 함께 협상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 같은 갈등으로 인해 반올림은 삼성 직업병 피해 의심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 혹은 조직으로서의 대표성을 상실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올림이 7차 협상 다음날 이 같은 공문을 배포해 ‘연대 단위 의견 공유’를 호소한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추측된다. 연대 단위의 의견을 듣고 도움을 받겠다는 건 ‘목소리’를 더 키우겠다는 의미다.
이후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났다. 9월 25일 좌파 성향 매체인 미디어오늘은 반올림을 정면으로 비판한 아시아경제에 대해 ‘아시아경제 반올림 때리기, 저널리즘 기본도 무시’라는 일방적 기사를 익명(경제 민주화를 지향하는 언론인 모임으로 표기)으로 내보낸다.
지난 15일 오전 반올림이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노동위원회도 처음으로 함께 자리를 했다. 19일에는 “산재신청자 27명 및 산재신청예정인 10명 등 총 37명이 반올림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대표성을 상실한 반올림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산재신청자 등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18일에는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가 21일에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가 반올림을 옹호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단 목소리를 키우는 데에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반올림, 각종 단체에도 거짓말
그런데 반올림이 각종 단체에 발송한 공문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허위 날조다. 반올림은 9월 12일 이들 단체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도 허위를 사실인 것 처럼 꾸며서 알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거짓말은 아래와 같다.
3. 이런 사회적 힘과, 연대, 피해자 가족들의 힘이 모아졌기에, 삼성도 지난 5월 사과를 통해, 교섭을 진행하자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아시다시피, 삼성 측의 피해자 선보상 문제로 인해 반올림 교섭이 쉽사리 진척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우선 보상을 요구하는 삼성 측의 태도로 인해 내부 피해자들이 서로 갈라지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5월 삼성의 (원론적)사과를 이끌어낸 핵심 사건은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과 반올림이 공동으로 개최한 ‘삼성반도체 백혈병 및 직업병 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이다. 이날 심 의원은 삼성의 공식 사과와 함께 ▲제 3의 중재 기구 구성 및 합당한 보상 ▲제 3의 기관을 통한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 종합진단 실시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향적 자세를 나타냈다.
반올림은 “제 3의 중재기구 구성에 대해 심 의원실과 의논한 바 없다”며 돌연 단독으로 성명서를 냈다. 이후 “기자회견문 첨부 파일을 열어보지 못해 중재기구 등의 이야기를 알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가대위에 속한 이들은 당시 삼성전자가 예상 외로 전향적 자세를 보이자 반올림이 협상 주도권 혹은 대표성을 잃을 것으로 우려해 이처럼 말을 뒤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깊숙한 곳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 반올림 활동가들의 목표라는 얘기다. 이는 협상 진전이 되지 않는 결정적 이유다. 심상정 의원은 이후 이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 ‘삼성 측의 피해자 선보상 문제’ 이 부분도 날조다. 삼성전자는 원칙과 기준이 세워지면 이에 해당되는 모든 직업병 피해의심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저희는 단 한번도 협상 참여자만을 보상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 ‘우선 보상을 요구하는 삼성 측의 태도로 내부 피해자들이 서로 갈라지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반올림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반올림과 결별한 뒤 가대위를 꾸린 직업병 피해 의심 당사자 및 가족 6인은 “분열 책임은 우리 의견을 묵살한 반올림에 있다”고 밝혔다. 가대위 대표 송창호씨는 “그간 반올림 측은 실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의견을 묵살했다”며 “(그간 우리 의견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올림이 당사자 주장을 배제했다는 정황 증거는 가대위 소속 정애정씨의 기고글 “나는 삼성과 교섭하는가? 반올림과 교섭하는가?”에서도 정확히 드러난다.
4.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 피해자 갈등상황의 부각, 반올림을 향한 악의적인 공격과 허위사실 유포, 그로 인한 삼성의 교섭 행태 등 반올림이 현재 직면에 있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전체 상황에 대해 연대 단위와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 자리를 통해 반올림의 현재 교섭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소중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일부 언론이 반올림을 향해 악의적인 공격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미디어오늘이 비판한 기사들을 작성한 아시아경제 기자는 “사실 관계가 모두 맞는 기사들”이라며 “해당 기사들이 문제라면 과거 삼성전자 만을 일방적으로 비판한 기사도 문제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건 오히려 반올림 측이다. 아시아경제 신문이 반올림 내부 갈등 소식을 보도하자 당시 반올림 측은 ‘사실무근’, ‘오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에 따르면 반올림 측 활동가인 임자운 변호사는 이들이 삼성 측 제안을 수용하자 “치료비는 알아서 받고 (반올림에서) 나가라”고 통보했다. 임 변호사는 이후 해당 사실이 보도되면서 사태가 커지자 “그런뜻이 아니었다”며 사과를 건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일반노조는 “올바른 해결을 바라는 시민사회단체는 적어도 가족대책위 주장이 담긴 신문기사라도 읽으라”며 “왜 반올림에 속했던 피해 당사자 8명 중 6명이 나왔는지, 왜 별도로 삼성과 직접 교섭을 요구했는지, 왜 조정위 구성을 제안했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 보도된 기사만이라도 읽어보면 반올림의 주장 만을 믿고 행한 자신들의 행위가 올바른 문제 해결에 힘이 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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