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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명품 가전? 불필요한 거품은 걷어야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미국 최대 쇼핑‧세일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해외 직접구매(직구) 열기가 뜨겁다. 직구 인기가 높은 이유는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프터서비스(A/S)가 어렵거나 국내에서 구입한 제품에 비해 역차별을 받더라도 이를 상쇄할 만큼 가격 메리트가 높다는 의미다. 좋은 제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 소비자가 원하는 가장 큰 가치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2014’ 취재를 위해 독일 베를린에 방문했을 때다. 현지 가전 매장인 ‘자툰’에 들러 가전제품을 살피다보니 국내에서 ‘명품’을 표방하는 몇몇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지멘스’, ‘고렌예’, ‘드롱기’ 등이 대표적이다. 가격을 들여다보니 국내와 차이가 컸다.

예컨대 고렌예가 공급하고 있는 레트로 냉장고는 우리 돈으로 아무리 많이 쳐봐야 120만원이 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즉석에서 인터넷으로 가격을 찾아보니 영국 아마존닷컴에서 599파운드(한화 약 109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제품이 국내에서 인터넷 최저가로 229만원이니 두 배 이상 가격을 높여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고렌예는 명품과도 거리가 멀다. 매장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터키 ‘베코’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유럽과 국내 가전 업체 관계자도 같은 말을 했다. 여기에 독일 내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도 좋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판 컨슈머리포트 ‘슈티프퉁 바렌테스트’가 지난 2011년 진행한 드럼세탁기 평가에서 뒤에서 두 번째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꼴찌는 하이얼이었다.

고렌예에 비하면 지멘스는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국내와의 제품 가격 차이는 상당했다. 전기레인지만 하더라도 인터넷 최저가로 230만원이 넘는 제품이 독일 아마존에서는 70만원이 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가전제품의 국내외 가격 차이를 소비자 인식의 차이, 경쟁 상황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비싸야 명품으로 인정받는 풍토가 있어 이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가죽과 의류는 이탈리아를 최고로 쳐주지만 가전제품은 아니다”라며 “국내는 해외보다 가전 브랜드가 다양하지 않아 특정 지역이나 국가의 브랜드를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 가전 시장이 그만큼 폐쇄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LG전자의 홈그라운드라는 점이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하는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이 건전하려면 경쟁이 치열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가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합리적 소비는 물론 가전제품이 실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가장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인 직구를 통해 시장에 활력과 긴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소비자 주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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