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소송전…‘윤부근 vs 조성진’ 악연의 역사
- 2012년 냉장고 용량비교로 감정싸움
- 세탁기 파손 사건 장기화 예상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LG전자가 21일 삼성전자 임직원을 상대로 증거위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지난 9월 유럽 최대 양판점 자툰의 독일 베를린 유로파센터와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발생한 삼성전자 세탁기 크리스털 블루 손괴 사건과 관련해 증거물 훼손을 강하게 의심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9월 3일(현지시각)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툰이 운영하는 독일 베를린 유로파센터와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LG전자 A임원은 삼성전자 ‘크리스털 블루’ 세탁기 도어와 본체를 연결하는 힌지를 파손하다가 매장 직원에게 발각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에는 A임원이라고만 밝혀졌으나 현장에는 조성진 사장도 함께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삼성전자는 9월 1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LG전자 조성진 사장을 수사의뢰한바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LG전자 측에 의해 손괴됐다며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 현물이 훼손된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며 “삼성전자가 언론사에 제공한 동영상에는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오며, 해당 세탁기가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와 동일한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거위조 우려가 의심되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생활가전 관련 소송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업체의 수장인 윤부근 사장과 조성진 사장은 2년 연속으로 서로를 향해 창끝을 겨누는 상황이다. 2012년 8월 삼성전자가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동영상을 올린 후 LG전자는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고 100억원대 소송을 진행했다. 이후 삼성전자도 같은 이유로 500억원대 반소로 맞섰다. 이후 지리한 법정공방전을 거쳤으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가전 업체의 장외대결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고 이후 양사는 소송을 취하했다.
이건 세탁기 파손 사건은 냉장고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장기전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이 크게 상해있는 상태다. 당초 해외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 제품을 처음부터 건드리지 말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했으나, LG전자의 주장처럼 삼성전자가 증거물인 세탁기에 문제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검찰 수사에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다.
두 업체의 치열한 신경전은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1위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일렉트로룩스가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주요 제품인 냉장고, 세탁기 등에 대해 매출과 시장점유율 등 1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더 이상 밀리면 벼랑 끝이라는 심리, 생활가전 분야에 대한 자존심, 조직내 위상 제고와 같은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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