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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화폐 실물경제 편입 속도내나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실물경제 침범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연구 및 관심 대상에서 벗어나 실제 투자와 결제가 이뤄지는 화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금융당국은 물론 산업계의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현지시각) 영국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스탬프’가 해킹 공격을 받아 34만 파운드(약 5억6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후 14, 15일 2일 동안 비트코인의 가치는 32% 하락한 181.4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3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25일에는 미국 최초의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비트코인 거래소가 설립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외신에 따르면 비트코인중개업체 코인베이스가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에서 26일(현지시간) 개장한다. 코인베이스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은행 등으로부터 1억600만달러(약 114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그동안 벤처 캐피털 등의 자금을 유치해온 비트코인 진영에서 처음으로 증권거래소는 물론 은행들의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중요한 일로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영향 탓으로 27일에는 비트코인 가치가 250달러에서 300달러로 20%가 폭등하기도 했다.

이처럼 새해부터 비트코인을 둘러싼 다양한 악재와 호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디지털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진영은 물론 각국 정부들도 가상화폐에 대한 가능성에 보다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이 첫 비트코인 거래소를 허가한 것 외에도 영국에서는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할 것인지와 디지털 금융시대에 기축통화로서의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독일에서는 최초로 비트코인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정식화폐에 준하는 지위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유럽, 미주 등에 이어 중국에서도 비트코인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비트코인 총량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국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티씨차이나(BTC China)는 현재 감독당국에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전자화폐로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여서 중국 정부의 판단에 각국의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의 고민과 별도로 실물경제에서 비트코인의 저변은 이미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PC 및 서버업체인 델(Dell)이 비트코인을 통한 온라인 쇼핑몰 결제를 지원한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도 온라인 샵에서 디지털 콘텐츠 구매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의 소비재 상품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 허용은 점차 그 저변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아마존, 이베이 등 글로벌 물류 및 영업망을 가지고 있는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게 되면 사실상 비트코인 결제가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결제 시장은 증가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페이게이트 등 PG업체들이 제한적이지만 비트코인 결제를 준비 중에 있으며 이미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가 가능해졌다.

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00여개 넘는 매장 및 온라인 사이트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핀테크(Fintech) 열풍과 맞물려 비트코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아직 정부차원에선 비트코인을 정식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12월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4개 기관은 비트코인을 현행법상 정식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또, 지난 27일 발표된 ‘IT금융융합 지원방안’ 에서도 디지털 가상화폐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어 국내 업체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만 이들 기관은 비트코인을 악용한 금융실명제위반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관리감독을 위해선 비트코인 등 디지털 가상화폐에 대한 전담 조직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 정부 및 금융당국의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유리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 등이 디지털 가상화폐의 화폐 지위 인정에 비관적인 이유는 ‘보안’ 때문이다. 해킹과 같은 전자금융범죄 및 사기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해킹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정식화폐로 인정하기에는 금융당국이 가지는 부담이 크다는 것.

시만텍이 최근 발표한 ‘2015년 주목해야 할 Top 10 보안시장 전망’에선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결제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랜섬웨어로 인한 데이터, 파일 및 메모리 손실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기도 해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지위를 둘러싼 논란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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