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카니발리제이션’ 뛰어넘는 핀테크 가능할까?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들이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의 우려를 극복하고 핀테크 시장에서 뿌리내릴 수 있을까.
금융당국이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은행권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금융사들의 핀테크 전략에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업은행에서 개최한 현장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전향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하며 “선진국들은 정부가 아닌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업체를 자회사로 만들어서 스스로를 공격하게 만들라라는 제언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들이 핀테크 활성화에 부담을 가지는 것은 비금융서비스 기업, 특히 IT업체들이 금융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시장을 잠식하는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그룹 CIO는 핀테크를 “IT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핀테크 시장에서는 금융 서비스의 주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선 핀테크에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 최근 각 은행들 별로 핀테크 전담조직을 꾸리는가 하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핀테크 시장에 대한 현황과 주요 플레이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정보 수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전언이다.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금융사들이)해외 핀테크 시장의 동향과 해외 은행들의 대응 등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편”이라며 “하지만 도입 방향에 대한 질문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핀테크 시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도 은행별 시각차는 뚜렷하다. 오프라인 지점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업은행 등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은행은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에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은행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인터넷 뱅킹 채널과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한 은행의 채널부서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뱅킹 서비스는 개인은 물론 기업에 이르기까지 제공되고 있으며 대출업무까지 가능하다”며 “해외의 경우 인터넷 뱅킹에서 제공하는 기능 자체가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차별화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은행권에선 그동안 금융당국의 규제탓에 활성화되지 못했던 많은 대외 서비스나 내부 업무 인프라 개선 사업들이 핀테크 활성화 정책에 따라 개선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지점에서 외부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문제나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정보 취합 문제 등에 대한 개선은 꾸준히 금융업체들이 요구해온 사안이었다는 주장이다.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은행은 핀테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경우 현재 비즈니스모델과 충돌하는 점을 해결해야 하고 방관하게 되면 기술을 앞세운 신규 진입자들과 경쟁에서 처지게 된다는 점이 고민”이라며 “은행서비스는 이미 인터넷과 모바일로 상당부분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핀테크가 도입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핀테크 활용 수준이 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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