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빅뱅은 없다”,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법론 다양해져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사업의 불문율로 자리했던 일거에 시스템을 개편하는 ‘빅뱅(Big Bang)’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업계에선 그동안 빅뱅 방식으로 추진된 금융사 차세대시스템이 일거에 금융사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부수적으로 IT프로젝트에 대한 구성원의 피로도와 시스템 개통 후 인력 재배치에서 나오는 문제, 매번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등이 빅뱅 방식을 재검토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융사의 IT아키텍처가 표준화되고 자리를 잡으면서 일거에 시스템을 전환하는 방식보다는 고도화할 부분만 선택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성공적인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을 개통한 기업은행의 ▲점진적 구축 방식 ▲타 금융사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 ▲모바일 환경이 강화되고 있는 채널단 혁신 등이 새로운 차세대 구축 방식으로 대두되고 있다.
점진적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자되는 사업 성격이 최근의 금융환경과는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수익성 악화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사 입장에선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기존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등 ‘점진적 구축’이 검토되고 있다.
물론 점진적 구축의 경우도 각 과제별로 완성된 시스템을 대부분 특정일에 개통한다는 점에서 말만 바꾼 빅뱅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과제별 사업 추진을 통해 시스템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시스템 개발에 대한 책임 영역을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사업일정 수립이 치밀하게 진행돼야 하며 사업을 수행하는 금융사 IT부서가 시스템 및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전체 사업을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타 금융사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은 최근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9년 메트라이프생명이 미래에셋생명의 차세대시스템 라이선스를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이후 외국계 보험을 중심으로 이러한 시스템 라이선스 도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PCA생명과 라이나생명, AIA생명 등이 기존에 구축된 차세대보험시스템을 그대로 자사 시스템에 접목하는 방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스템 이식을 근간으로 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법 역시 ‘비용’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대부분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고 이미 각종 규제와 제도에 대한 대응을 마친 타 보험사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할 경우 분석 설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시스템 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한다는 점에서 경영진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가지는 부담도 줄어든다는 평가다. 이미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보험사들이 다수가 있어 참조할만한 모델이 다양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특화 서비스와 업무 프로세스의 경우 상이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갭분석을 통한 별도의 커스터마이징은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채널 혁신에 따른 자연적인 차세대시스템 개발도 하나의 추세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모바일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금융사들은 내부 업무는 물론 외부 업무에 이르기까지 모바일 업무환경 구축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 업무 시스템이 강화될 수록 이를 업무선에서 지원하기 위한 후선업무시스템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후선업무재구축(BPR) 사업은 단일 사업으로도 규모가 큰데다 금융사에 있어 ERP 고도화와 맞먹을 정도로 사실상의 업무 프로세스 재구축에 속한다는 점에서 바텀 업(Bottom Up)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방식이 대두되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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