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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올해 성장 가능성 높은 통신사업자는…키워드는 ‘오픈랜·위성’ [IT클로즈업]

강소현 기자

[ⓒ 스타링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올해 미국 통신시장 내 격동이 예상된다. 오픈랜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 상용화되는 한편, 통신 서비스의 주축이 지상에서 위성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고 전통 사업자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가운데 스타링크(Starlink) 등 위성통신사를 중심으로 한 광대역 통신망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가 본격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31일 이 같은 내용의 ‘2024 통신시장 보고서’(2024 Communications Marketplace Report·CMR)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년 주기로 미국 통신시장 사업자 간 경쟁 사항을 평가하여 발표하고 있다.

[ⓒ 2024 Communications Marketplace Report]

이번 보고서에선 최근 몇 년 간 미국 이동통신(MNO) 시장 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T모바일(T-Mobile)과 스프린트(Sprint)의 합병을 꼽았다. 2020년 양사가 합병하면서 미국 내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는 4개사에서 3개사가 됐다. 버라이즌(Verizon)과 T모바일, AT&T다. 3사는 LTE과 5G에서 각각 미국 인구의 95%, 75% 이상을 커버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리고 에코스타(EchoStar)가 지난달 31일자로 디시 네트워크(DISH·Digital Sky Highway)에 대한 인수 절차를 완료하면서, 제4이동통신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서는 기대했다. 에코스타는 미국 전역의 70% 이상을 커버하는 자체 시설 기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현재 미국에선 에코스타가 보유한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오픈랜(OpenRAN·개방형무선접속망)이 구축되고 있다.

오픈랜은 무선접속망(RAN)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통신장비 간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API) 등 소프트웨어 요소를 하나의 통일된 기준으로 규정해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향후에도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한 오픈랜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에코스타는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케이블의 위기에도 주목했다. 최근 고정형 무선접속(FWA·Fixed Wireless Access)의 도입으로 케이블 가입자의 이탈률이 가속화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FWA는 고정된 가입자의 정보기기 단말기와 망 접속점인 기지국을 무선으로 연결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로, 광케이블이 까는 것이 비효율적인 땅덩이가 넓거나 인구 밀집도가 낮은 국가에서 수요가 높다.

보고서는 “버라이즌과 T-Mobile, AT&T, UScellular 등 이동통신 사업자는 일부 지역에서 자사의 5G 네트워크를 사용해 FW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한 연구그룹에 따르면 케이블 업체는 2023년 14만명 이상의 가입자 순감을 기록한 반면, 같은기간 FWA의 가입자는 360만명 이상 순증했다”고 밝혔다.

[ⓒ 엑스피니티 모바일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면서 알뜰폰(MVNO)을 통한 케이블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알뜰폰은 주로 케이블 사업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는데, 가장 큰 알뜰폰 사업자는 차터(스펙트럼 모바일·Spectrum Mobile)와 컴캐스트(엑스피니티 모바일·Xfinity Mobile)로 각각 780만명, 66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했다.

보고서는 “현재 알뜰폰의 시장점유율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가입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컴캐스트의 가입자 수는 2021년 약 400만명에서 2023년 약 660만명으로, 같은기간 차터의 가입자 수를 약 360만명에서 약 780만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무선 네트워크의 범위를 확장함에 따라, 이동통신과 위성통신 사업자 간 협력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FCC는 무선 네트워크의 범위를 원격 지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우주에서의 추가적 커버리지’(Supplemental Coverage from Space·SCS) 프레임워크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T모바일과 스페이스X(SpaceX)는 2022년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 기반 ‘Direct to Cell’(D2C) 서비스를 발표했다. 지난해 스페이스X는 텍스트 SCS를 제공한 가운데, 올해부턴 음성·데이터 및 IoT(사물인터넷통신) SCS도 제공할 계획이다.

보고서에선 향후 FCC에 남겨진 숙제들도 언급됐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광대역 통신망 인프라 구축이 대표적이다.

FCC는 광대역 통신망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BEAD'(Broadband Equity, Access, and Deployment)을 운영해왔다. 425억달러 규모로 운용되는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미국 50개주 농어촌에서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망 중립성 복원이 좌초되면서 프로젝트도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 의원들은 망 중립성 복원이 광대역 산업의 혁신과 투자를 냉각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해온 가운데, 미 연방 항소법원은 2일(현지시각) 최종적으로 망중립성 규제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과제는 광대역 통신망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 확보다. 보고서는 “향후 2년 동안 모든 미국인이 저렴한 가격에 고속 광대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다른 연방 기관과 주 정부 기관으로부터 연방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BEAD에는 스타링크(Starlink) 등 위성기업이 참여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금까진 스타링크의 참여가 불가능했다. '위성'이 아닌 '광섬유 네트워크' 기반의 확장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 집권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스타링크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CEO가 정부 예산 집행을 효율화하는 이른바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수장으로 발탁된 가운데, 다수의 외신에선 스타링크에 유리하게 정책 방향이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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