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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통신시장 폭풍전야…트럼프 vs 해리스의 통신정책은 [IT클로즈업]

강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측)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통신업계에 격동이 예상된다. 망 중립성 문제를 비롯해 정보통신서비스에서 빅테크 기업의 책임 분담 필요성 등의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의회에서 누가 과반 의석을 차지하냐에 따라 관련 정책 기조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6연방항소법원은 최근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당초 지난달 22일 복원 예정이었던 망 중립성(Net neutrality) 규정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 ISP 손 들어준 법원…"망 중립성 규정 복원, 산업 발전 저해 우려"

앞서 민주당 소속 위원 주도로 FCC는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을 추진해왔다. 망 중립성은 이용자에 전송하는 정보의 양에 따라 데이터 전달에 차별을 둬선 안 된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망 중립성에 따르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는 이메일을 1통 보낸 A사와 100통을 발신한 B사 모두 공평하게 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 ISP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규정 복원에 반발했다. 망 중립성 규정이 복원되는 경우, 6G를 앞두고 대규모 투자를 위한 신규 수익원 창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장비사들은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이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반의 수익 창출에 제약이 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통신 서비스품질(QoS)을 차등화 하기 위한 기술인데, 해석에 따라 데이터 전달에 차별을 둬선 안 된다는 망 중립성 규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ISP는 이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에서도 추가 비용을 낸 가입자에 한해 5G 서비스품질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수익화가 가능하다.

제6연방항소법원도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이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사실상 네트워크가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망에 대한 주도권을 사업자에게 줘야 한다는 ISP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로써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을 추진해오던 민주당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판결 직후 민주당 소속의 제시카 로젠워셀(Jessica Rosenworcel) FCC 위원장은 “미국 국민은 공정한 인터넷을 원한다. 우리는 망 중립성 복원을 위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고, 같은당의 제프리 스타크스(Geoffrey Starks) FCC 위원 역시 “법원은 지금까지 기업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편에 서왔다”라며 이전 판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빅테크 책무 강화되나…'인터넷 요금 지원 프로그램' 부활 가능성도

미국에서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이 시도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망 중립성 규정의 복원과 폐지는 반복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이 인터넷 개방성과 소비자 보호, 공공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며 찬성해온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망 중립성 복원이 광대역 산업의 혁신과 투자를 냉각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해왔다.

다만, 향후에도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에 대한 해석 권한을 행정기관에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셰브론 독트린’(Chevron Doctrine)이 최근 폐지되면서다. 즉, 향후 유사한 재판에서 이번 판결이 판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공화당 소속인 브렌든 카(Brendan Carr) FCC 위원은 차기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180일 이내에 취해야 할 조치를 제안하는 900페이지 분량의 ‘프로젝트 2025’ 백서에서 빅테크 기업에도 보편적 서비스 기금(Universal Service Fund·USF)을 강제해야한다고 적혔다.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발췌.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의 책무와 관련한 논의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공화당 소속인 브렌든 카(Brendan Carr) FCC 위원은 차기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180일 이내에 취해야 할 조치를 제안하는 900페이지 분량의 ‘프로젝트 2025’ 백서에서 빅테크 기업에도 보편적 서비스 기금(Universal Service Fund·USF)을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편적 서비스 기금은 원격 의료를 위한 통신 서비스 요금 지원 등 모든 국민이 적절한 요금에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존 보편적 서비스 기금 납부 의무 대상자는 기간통신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로 한정됐다.

다만, 그는 빅테크로 대변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향력의 커진 만큼 이들 역시 그에 맞는 책임과 역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 규제는 여전히 기간통신사업자에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는 경우에는 인터넷 요금 지원 프로그램(Affordable Connectivity Program)가 부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광대역 인터넷에 대해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다만, FCC 비서실장을 지냈던 뉴스트리트 리서치의 블레어 레빈(Blair Levin)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믿지만, FCC 정책 측면에서 (대선 결과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별개로 업계에선 미국 대선 결과가 국내 통신시장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망 중립성 규정만 해도 자체적으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망 중립성 원칙의 주요 내용을 규정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시행해왔다.

이에 대해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망 중립성을 FCC 등 하나의 기관이 임의로 해석해 규제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데 의의가 있다"라며 "국내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통신사업자가 필요하면 속도를 차등화하는 서비스라던지 망을 가지고 추가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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