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美대선] 통신업계 영향은…FCC 위원장에 브렌든 카 유력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가운데, 통신업계 내 격동이 예상된다. 6G 시대를 앞두고 주파수 할당제도 개편 논의를 비롯해 정보통신서비스에서 빅테크 기업의 책임 분담 문제, 미국 내 중국 통신장비 교체 위한 자본 확보, 광대역 통신망 구축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정책 기조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 FCC 위원장에 브렌든 카 유력…빅테크 책무 강화 전망
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제치고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역시 공화당이 주도하게 됐다. 위원장엔 공화당 소속인 브렌든 카(Brendan Carr) FCC 위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브렌든 카 위원의 정책 기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카 위원은 차기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180일 이내에 취해야 할 조치를 제안하는 900페이지 분량의 ‘프로젝트 2025’ 백서에서 FCC의 주요방향으로 ▲빅테크 통제 ▲국가 안보 증진 ▲경제 번영 실현 ▲FCC의 책임 강화 등을 꼽은 바 있다.
특히 카 위원은 “FCC는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진 기업의 위협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오늘날 소수의 기업이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정보를 독점하며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으나, 권력과 책임 사이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글로벌 빅테크의 책무와 관련한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에 보편적 서비스 기금(Universal Service Fund·USF)을 강제할지가 주목된다.
보편적 서비스 기금은 원격 의료를 위한 통신 서비스 요금 지원 등 모든 국민이 적절한 요금에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존 보편적 서비스 기금 납부 의무 대상자는 기간통신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로 한정됐다.
카 위원을 비롯한 공화당은 빅테크로 대변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향력의 커진 만큼 이들 역시 그에 맞는 책임과 역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 규제는 여전히 기간통신사업자에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 대중 강경 기조 유지 전망…中 통신장비 교체 재개되나
통신장비와 관련해선 기존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패권을 지키기 위해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 무역주의 기조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 정책을 사실상 유지하며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이어온 가운데 체감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변수는 보편적 관세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최소 10%, 중국산 수입품에 최소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광범위한 품목의 중국 상품에 한정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나, 이는 당시(25%)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중국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런민대학교 국제관계 전문가인 디아오다밍(Diao Daming)의 발언을 인용해 “프로젝트 2025에서 제안된 정책들이 실행된다면 중국-미국 관계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 온 반(反)화웨이 정책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내 중국산 통신장비 교체 프로그램(rip and replace program)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장비 교체에 필요한 추가적인 자금 마련을 위해 FCC는 정부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긴급 자금의 용도 변경을 요청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9년 미 의회는 정부 보조금을 받은 미국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중국산 통신장비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라고 FCC에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의회는 19억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다만, 해당 프로젝트는 자금 부족 문제로 중단된 상태다. 당시 FCC 위원장은 타제품으로 대체하려면 49억8000만달러(한화로 약 6조8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30억8000만달러(약 4조2000억원)의 재정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브렌든 카 위원은 보고서에서 “FCC는 미국 국가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하는 통신 장비 및 서비스 목록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FCC는 더 이상 화웨이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검토하거나 승인하지 않는다. FCC의 승인 없이는 새로운 화웨이 장비를 합법적으로 판매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라며 “FCC는 늘 이 목록을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따라서 새로운 행정부는 중국 공산당과의 유관기관을 검토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화웨이를 견제하기 위한 오픈랜(OpenRAN·개방형무선접속망) 정책도 유지될 전망이다. 오픈랜은 무선접속망(RAN)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통신장비 간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API) 등 소프트웨어 요소를 하나의 통일된 기준으로 규정해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 주파수 할당 제도 개편 예고…최고 수혜자는 스타링크?
공화당이 집권하면서 민주당이 추진해온 망 중립성 규정 복원 시도도 제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주당 소속 위원 주도로 FCC는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을 추진해왔다. 망 중립성은 이용자에 전송하는 정보의 양에 따라 데이터 전달에 차별을 둬선 안 된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망 중립성에 따르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는 이메일을 1통 보낸 A사와 100통을 발신한 B사 모두 공평하게 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이 시도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망 중립성 규정의 복원과 폐지는 반복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이 인터넷 개방성과 소비자 보호, 공공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며 찬성해온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망 중립성 복원이 광대역 산업의 혁신과 투자를 냉각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표해왔다.
다만, 향후에도 망 중립성 규정 복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에 대한 해석 권한을 행정기관에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셰브론 독트린’(Chevron Doctrine)이 최근 폐지되면서다. 즉, 향후 유사한 재판에서 이번 판결이 판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주파수 할당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됐다. 통신사 외 다른 기업들에게도 주파수를 자유롭게 이용하게 개방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브렌든 카 위원은 "미국 상업용 무선 산업의 동력은 (주파수) 스펙트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라며 "미국의 국가 안보 및 기타 연방 기관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주파수) 스펙트럼 리소스에 접근(access)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광대역 통신망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BEAD'(Broadband Equity, Access, and Deployment)에 스타링크(Starlink) 등 '위성기업'이 참여할 가능성도 크다.
425억달러 규모로 운용되는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미국 50개주 농어촌에서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기존엔 스타링크의 참여가 불가능했다. '위성'이 아닌 '광섬유 네트워크' 기반의 확장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윈 샷웰(Gwynne Shotwell) 스페이스X 사장은 "광섬유는 마일당 최소 1만달러에서 최대 3만달러의 구축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우리는 500달러짜리 스타링크 키트 하나로 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스타링크가 수백만 가구를 추가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바 없다는 비판 여론이 나왔다.
하지만 공화당 집권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스타링크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CEO는 대선 마지막 주, 트럼프 대통령을 다당선시키기 위해 5600만달러를 추가로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기부금은 약 1억32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다수의 외신에선 스타링크에 유리하게 정책 방향이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 매체인 피어스 네트워크(Fierce network)는 "누가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놓고 본다면 위성이 승리할 것"이라며 "대역폭 문제가 있지만, 일론 머스크가 더 많은 스펙트럼을 부여해 미국 전역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FCC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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