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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통·장] 태양볕 뜨겁지만 '통신장비'는 '혹한'…적자구조 심화

채성오 기자

네트워크 통·장은 국내외 통신장비 업체의 근황 및 비전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는 통장 잔고처럼 네트워크업계 통신장비(통·장) 업체들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올 상반기 연결 기준 국내 통신장비업체 영업손익 현황. [ⓒ 디지털데일리]
올 상반기 연결 기준 국내 통신장비업체 영업손익 현황.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듦에 따라 거래처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통신장비업체의 경우, 적자 탈출에 성공했지만 이마저도 본업 외 이종산업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나 장기적인 수익개선 전략이 시급해진 모습이다.

19일 통신장비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에치에프알(HFR) ▲이노와이어리스 ▲인텔리안테크놀로지 ▲다산네트웍스 ▲오이솔루션 ▲에이스테크 ▲케이엠더블유(KMW) 등의 통신장비 기업들이 각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다산네트웍스(약 1309억원)와 인텔리안테크(약 1183억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 다산네트웍스는 매출 390억원, 영업이익 7억5000만원을 기록했지만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 신장을 통해 외형은 확대됐지만 수익성 면에선 지분 인수 및 사업구조 재편 등으로 비용 지출이 늘었다. 이는 다산네트웍스가 올 들어 지분 인수 및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DMC, DNS, 엔지스테크널러지 등 신규 자회사를 늘리면서 해당 실적이 올 2분기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다산네트웍스는 올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 210억원과 영업손실 6억6381만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매출의 80% 가량이 계열사에서 나온 셈이다.

케이엠더블유(KMW)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은 개선했으나 올 상반기 영업손실만 20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 357억원을 기록했던 KMW는 1년 만에 적자폭을 100억원 가량 줄였다.

무선통신 기지국 장비를 생산·판매하는 'RF사업'과 스포츠 조명 등 'LED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KMW의 경우,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90%에 달해 글로벌 통신사의 네트워크 투자 축소가 직격타로 작용한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KMW의 RF사업 매출처 비중은 ▲삼성전자(한국·28.3%) ▲NEC(일본·11.1%) ▲후지쯔(일본·11.1%) ▲디시(미국·10.9%) ▲ZTE(중국·7.5%) ▲라쿠텐(일본·5.4%) 등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그러나 올 상반기엔 삼성전자(47.46%)와 후지쯔(18.05%)를 제외하면 10%대 점유율을 차지한 매출처가 없을 만큼, 1년 만에 큰 폭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올 상반기 들어 적자폭이 커진 통신장비업체도 상당 수 존재한다.

유무선 정보통신기기 개발 및 제조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HFR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16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영업손실 7억3245만원) 대비 20배 이상 적자폭이 커졌다. 5G 보급 마무리 기조와 맞물려 장비 단가 하락 등의 영향을 받아 해외 거래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수익성도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내수(434억원)와 수출 매출(279억원) 비중이 2대1 구조로 유지됐던 HFR은 올 상반기 들어 내수(556억원)와 수출(110억원) 매출 차이가 5배 가량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통신 안테나 및 솔루션 사업에 나선 인텔리안테크놀로지도 혹한을 피해가지 못했다. 같은 기간 인텔리안테크놀로지는 영업손실 84억3519만원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 빠졌다.

인텔리안테크놀로지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85억4802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리안테크놀로지의 경우, 수출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올 상반기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0억원 가량 감소한 10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누적 영업이익 3억4992만원을 기록했던 이노와이어리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노와이어리스는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86억524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5G 시장 성숙기에 따른 관련 투자 축소와 더불어 장비 수요 감소가 결정적인 영향으로 꼽힌다.

이노와이어리스는 지난 14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서 "2024년 상반기에는 5G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많은 지역에서 5G 네트워크 구축이 완료되면서 새로운 장비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며 "이동통신 장비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노와이어리스는 기존 5G 성능을 향상시킨 5G 어드밴스드 상용화로 수익성이 점차 개편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노와이어리스는 시장 여건 분석을 통해 "최근 국제이동통신민간표준화기구(3GPP) 기술총회에서 5G 어드밴스드 표준이 확정됨에 따라 상용화가 2025년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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