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통·장] 수익성 정체된 RFHIC, 사업 다각화로 반전 쓸까
네트워크 통·장은 국내외 통신장비 업체의 근황 및 비전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는 통장 잔고처럼 네트워크업계 통신장비(통·장) 업체들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신소재 질화갈륨(GaN) 기반 무선 주파수(RF) 전력 증폭기로 성장세를 이어온 RFHIC가 스웨덴의 질화갈륨 반도체 에피웨이퍼 개발업체인 스위겐(SweGaN)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결정하는 등 수익처 다변화에 나섰다.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3억원 수준으로 감소했을 정도로 주춤했던 RFHIC는 주력 생산 제품이 반도체 분야에서도 활용된다는 이점을 살려 수익성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RFHIC는 어떤 회사?
1999년 설립된 RFHIC는 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무선 주파수(Radio Frequency·RF)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RFHIC 창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13.11%의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 조삼열 회장이다. 조삼열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동생 조덕수 대표를 불렀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RFHIC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조삼열 회장이 기술 분야를 맡고 현 조덕수 대표가 경영을 담당하는 등 RFHIC는 본격적으로 형제 경영 체제를 갖춘다.
당시 RFHIC는 전량 수입 제품에만 의존했던 무선 주파수(Radio Frequency·RF) 부품을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로 전력증폭기 분야에 집중했다. 이후 RFHIC는 신소재인 질화칼륨(GaN)을 이용한 트랜지스터 및 전력증폭기 개발에 착수했다. 해외 글로벌업체들이 30년 동안 실리콘(Si) 기반의 LDMOS(수평확산형모스)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RFHIC는 GaN을 적용한 고효율 트랜지스터 및 전력증폭기를 세계 최초로 무선 통신시장에 출시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GaN 소자의 경우 높은 가격 때문에 군사용, 인공위성 등 제한된 용도로 사용됐지만 RFHIC는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해 LDMOS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 구조를 만들었다. 실제로 GaN 전력증폭기는 LDMOS 전력증폭기에 비해 효율은 10% 정도 높은 반면 제품 크기는 최대 절반, 전력 사용량은 20% 정도 절감할 수 있는 강점이 있어 RFHIC가 빠르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만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RFHIC의 매출은 GaN 트랜지스터와 GaN 전력증폭기 관련 제품·솔루션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RFHIC 매출은 2020년 704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1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3.2% 증가한 11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 176.8억원으로 2019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의 경우 이연법인세 자산 증가로 인한 증가일 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줄어든 3억원대에 머물렀다.
2020년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주춤했던 RFHIC는 이듬해인 2021년 다시 43억6000만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후 2년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통신용 GaN 트랜지스터 위주 부품을 개발하며 강점을 보였지만 2020년 들어 미·중 무역전쟁으로 화웨이와의 거래가 중단된 데 이어 5G 시장 성숙기에 따른 투자 감소가 겹치면서 수익성도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주가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올 들어 1만7000원대로 시작했던 RFHIC의 주가는 지난 1월 22일 1만9460원을 기록하며 2만원대를 넘보기도 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1만6000원선으로 내려앉은 RFHIC의 주가는 이달 9일 1만6470원까지 회복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하며 1만5000원선에 머무른 상황이다.
◆반등의 키는 사업 다각화?
계속되는 수익성 악화와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서는 RFHIC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모습이다. 이는 RFHIC의 사업 다각화와 해외 투자가 결정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달 5일 RFHIC는 스웨덴에 위치한 GaN 반도체 에피웨이퍼 개발업체인 '스위겐(SweGaN)'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이는 GaN을 비롯한 화합물 반도체 시장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시장흐름을 반영해 결정한 전략적 투자로 알려졌다.
스위겐의 경우 RF 및 전력 반도체에서 최고 성능을 보이는 6인치 Gan on SiC(질화갈륨 반도체) 에피웨이퍼를 개발하는 업체로, 해당 제품은 4㎓ 이상 초고주파 대역에서 전력 효율성이 높은 특징이 있다. RFHIC는 해당 투자를 통해 GaN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4㎓ 이상 주파수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RFHIC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다. 하나증권의 경우 RFHIC의 성장 요인으로 ▲올해 한국·미국·인도 주파수 경매 및 관련 신규 투자 수혜 ▲방산 사업 호황을 기반으로 한 자회사 RF시스템즈의 기업공개(IPO) 추진 ▲초고주파수 사용 확대 등을 꼽았다.
특히 RFHIC가 삼성전자의 주요 파트너사로 알려진 만큼, 삼성전자의 6G 시장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RFHIC도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RFHIC의 GaN 전력증폭기가 상용화됐던 2000대 후반, 해당 부품이 통신용 기지국의 성능 및 효율을 높이는 핵심 부품으로 평가받으며 삼성전자 기지국(BTS·RRH)에 적용된 것을 인연으로 양사의 협업은 현재까지 공고하게 이어지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화웨이향 수출이 중단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RFHIC의 매출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노키아로의 매출도 지연되면서 당분간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도 "그런데 삼성전자가 미국·국내·인도 시장을 기반으로 하반기 이후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여 기대를 갖게 한다"고 분석했다.
RFHIC는 글로벌 업체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과의 거래를 위해 벤더등록을 추진하는 한편 미국 방산업체 납품을 위하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공장과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무선 통신분야에서 획득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GaN 트랜지스터를 방산용 레이더에 적용) 레이더 및 군용 통신장비 분야로 사업 영업을 확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국내 무선 네트워크 장비사들은 공통적으로 빠르면 올 2분기 업황 개선을 전망하는데, 주요 엔드 유저인 한국·미국 통신사들이 대체로 수익성 관리를 강조하고 있어 유의미한 규모의 발주가 나타날 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CVD 장비에도 GaN 전력증폭기가 탑재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RFHIC는 글로벌 기업 A사 외에도 반도체 장비 3개사와 테스트를 진행중이며 매년 300억~500억원 매출 기여를 하고 있는 방산 부문도 꾸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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