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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칼럼] 내 경쟁상대는 누군가?…무섭게 붕괴되는 업종간 경계

이경주

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등 미국의 거대 인터넷 업체가 막대한 현금을 동원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인터넷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한 이들은 신규 사업격인 사물인터넷(IoT) 뿐만 아니라 역으로 전통산업인 제조업체 영역까지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 동영상 광고, 게임 외에 사물인터넷, 로봇 분야 등에 공격적인 M&A를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의 검색광고로는 매출성장에 한계성을 느끼고 스마트홈, 웨어러블 기기. 무인항공기 드론, 무인자동차, 로봇 그리고 바이오 분야인 암 진단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구글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빅 데이터를 활용한 사물인터넷 시장 선점과 함께 자연스럽게 제조업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총 174개 회사를 M&A했다. 특히 2014년에만 34건의 M&A를 성사시키는 등 타 업종으로 영역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닷컴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콘텐츠, 클라우드 서비스 외에 킨들 e북 서비스로 확장했다. 비록 작년에 대규모 적자를 내긴 했지만 휴대폰 사업에도 진출했다. 같은 맥락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급속하게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는 중국 인터넷업체들이다. 중국은 지금 미국 따라 하기를 하고 있다. 자국 시장의 약 15억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초대형 인터넷 회사를 키워가고 있다.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등 소위 BAT라고 하는 3개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그들은 필요할 때에는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면서 탄탄한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정복을 꿈꾸고 있다.

BAT 3개 회사 중 1999년에 창업한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쇼핑몰 업체인 알리바바가 으뜸이다. 현재 알리바바는 미국의 아마존 닷컴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바이두는 2000년에 창업한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검색 엔진 업체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지난 1998년, 20대의 젊은 해커 출신인 마화텅과 장지동에 의해 설립됐다. 지난해 텐센트는 알리바바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을 위해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58닷컴을 인수했다. 또한 텐센트와 바이두는 향후 시장성이 좋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인 O2O(Online 2 Offline) 사업을 위해 중국 최대 유통업체인 완다그룹과 합작해 중국전자 상거래의 80%를 차지하는 알리바바에 도전하고 있다.

이렇듯이 미국과 중국의 대형 인터넷 회사들은 서로의 사업영역을 넘나들면서 미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조업체들은 지금의 경쟁상대와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다 보니 다른 영역에서 넘어오는 미래 경쟁자에 대해 대비를 전혀 못하고 있다. 물론 국내 대형 인터넷업체로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있으나 규모면에서 글로벌 인터넷업체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을 지탱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면 결국 국가의 경제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유통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모바일로, SNS으로, O2O를 넘어서 옴니(Omni) 채널화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이런 유통채널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체는 업의 특성상 온라인 업체들의 아이디어와 스피드를 쫒아갈 수 없다. 또한 중간 유통마진을 과감히 없앤 온라인 판매 채널과 비교해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채널로는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자칫 제조업체의 위상이 단순 제조 하청업체로 전락할까봐 걱정이다.
시대의 흐름을 놓친다면 한 순간에 기업은 사라질 수 있다. 한 시대를 주도했던 카메라 필름의 코닥, 휴대폰의 모토로라. 게임의 닌텐도 등 수많은 기업들이 디지털이라는 시대조류에 대응하지 못해서 우리들 기억에서 사라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은 지금의 동종업계의 경쟁상대만 바라보고 안주하고 있으면 큰일 난다. 업종경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을 엄중하게 직시해야 한다. 한마디로 위기상황이다. 대기업이 생존을 위해 앞으로 지금 뭘 해야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주)허브원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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