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TV 완성품 업계 “LCD 패널 값 인하하라” 강력 요구
세계 1, 2위 평판TV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22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주요 TV 완성품 업체들이 패널 업체에 LCD 가격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패널 업체들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이 같은 요구에 불응했으나, 최근 완성품 업체들의 이익률이 폭락한 것을 직접 확인한 후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을 거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TV 완성품 원가의 70~80% 비중을 차지하는 LCD 패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세를 이어왔다. ▲크기 확대 ▲고부가 제품 생산을 위한 패널 업체들의 라인 전환 움직임 ▲완성품 업체간 경쟁에 따른 재고 비축 등으로 LCD 패널의 수요가 공급량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 덕에 LCD 패널 가격은 계속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IHS디스플레이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7세대 공장에서 생산된 42인치 풀HD 120Hz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LCD 모듈을 팔았을 때 패널 업체들이 챙기는 이익율은 지난 4분기 기준 20%를 상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32인치 패널의 이익률도 10%에 근접한 상태다.
반면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 중남미 주요 국가(베네주엘라)의 경제 위기 등으로 TV 완성품 업계의 수익성은 크게 훼손된 상태다. 세계 1위 TV 업체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의 경우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 1, 2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위 업체인 LG전자도 상황이 더 나빴으면 나빴지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LCD 패널은 달러로 거래된다. 최근 달러화의 강세도 TV 완성품 업계의 이익을 갉아먹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시장조사업체와 증권가에 따르면 TV용 LCD 패널은 이달 초 들어 크기별 가격이 1~2%씩 하락했다. 완성품 및 패널 업자들이 가격 조정에 들어가면서 2분기에는 가격이 더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패널 공급량 자체가 모라자는 상황이어서 ‘급격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9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개최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패널 가격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 처럼 이달 부터 가격이 (크게) 꺾일 것이란 관측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셰 디스플레이서치 부사장은 “패널 공급이 과잉일 때는 완성품 업체가 이익을 왕창 가져갔고, 공급 부족 상황에선 그 반대의 현상을 겪었다”며 “전후방 산업의 이러한 수익성 격차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패널 업체가 직접 TV를 만들던지, 아니면 TV 업체가 직접 패널 공장을 운영하는 수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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