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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원의 ‘IPE’ 하성민의 ‘행복동행’ 장동현의 ‘플랫폼’…그리고 SK텔레콤의 미래는?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포화상태의 내수시장, 해외시장 진출의 어려움, 제한된 시장에서의 보조금 경쟁 반복, 정치권 등의 지속적인 요금인하 요구,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들의 시장잠식 등이 SK텔레콤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SK텔레콤은 대표가 바뀔 때마다 중장기적 비전과 매출, 또는 기업가치 목표를 제시해왔다. 2009년 정만원 사장은 다소 낯선 IPE(Industry Productivity Enhancement, 산업생산성 증대)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사실 2G 이동전화 시절에는 SK텔레콤에 별다른 전략이 필요 없어 보였다. 황금주파수 800MHz는 경쟁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가장 충성도가 높고 가장 많이 이동전화를 사용하는 가입자들이 있었다. 3G 초기에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SK텔레콤의 IPE 전략에서는 다급함보다는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ICT 기술과 네트워크를 다른 산업과 결합시켜 신산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IPE로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은 2020년 20조원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CEO가 하성민 사장으로 바뀌며 SK텔레콤의 전략도 바뀐다. 2013년 하성민 사장은 행복동행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한다.

융합을 중심으로 보면 IPE가 지향한 목표나 행복동행 추구하는 방향은 비슷해 보였지만 사실 큰 차이가 있었다. 통신, ICT 기술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다는 기본 골격은 비슷하지만 해외사업의 목표치가 대폭 수정됐고, 융합사업에 대한 시각, 창업지원 전략도 크게 변했다.

2020년을 목표로 한 중장기 전략을 3년 만에 바꿀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불과 3년 만에 이동통신 시장에 큰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IPE를 제시했던 2009년은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오던 해였다. 스마트폰이라는 파급력을 예측조차 하지 못했고 결국 전략은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온 전략이 바로 행복동행이었다. 행복동행 전략은 소위 피쳐폰 시대 만들어졌던 IPE와는 달리 전적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겨냥해 만들어졌다. 피쳐폰 시절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세계관에 대한 반성이 반영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 행복동행 전략도 2년여 만에 수정됐다.

23일 SK텔레콤은 플랫폼 비즈니스 전환을 선언했다. 통신을 기반으로 ▲생활가치 플랫폼 ▲통합미디어 플랫폼 ▲IoT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미래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통신의 자신감과 필요성은 조금씩 후퇴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협업과 비통신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IPE에서 행복동행, 그리고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SK텔레콤의 중장기적 전략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 하나는 전통적인 네트워크 비즈니스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고객과의 약속, 행복을 중시하는 SK텔레콤이겠지만 23일 플랫폼 전략을 공개하면서 단 한 차례도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IPE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다소간의 여유로움은 행복동행에서 불안감, 지금의 플랫폼에서는 위기감으로 느껴질 만큼 현재 이통시장의 미래는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과거 IPE와 행복동행은 현재 SK텔레콤의 DNA에 녹아있다. 예를 들면 IPE 때부터 강조했던 헬스케어나 이러닝 등의 중요성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기존 비즈니스를 대체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공개한 플랫폼 전략이 어떠한 성과로 이어질지는 현 시점에서 예측할 수 없다.

SK텔레콤의 전략의 성공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SK텔레콤은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여전히 이익점유율은 경쟁사를 압도하는 이통사다. 선발사업자, 또는 시장지배력 사업자로써 대한민국 이통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IPE에서 행복동행, 그리고 플랫폼, 과연 SK텔레콤은 새로운 비전과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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