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주 칼럼] 생존을 위한 기업의 ‘파괴 혁신’
롯데가 온오프라인 쇼핑과 결제를 묶어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해 엘페이(L-pay)와 엘포인트(L-point)로 재무장 한다는 소식이다. e2 프로젝트라고 명명된 이 전략은 온오프라인 회원제 통합, 빅 데이터 고객관계관리(CRM), 매장 픽업 서비스, 위치기반 마케팅, 이노베이션 랩, 상품분류체계 정립, 모바일결제 기반 구축, 물류 최적화, 온라인 배송 센터 구축 등 9가지 혁신적인 세부 실행계획으로 구성됐다.
핵심을 요약하자면 롯데그룹은 O2O(Online to Offline) 융합과 스마트폰이 가미된 멀티채널 구축에 회사의 미래를 건 것이다. 잘 나가고 있는 사업을 미래를 위해 스스로 잘라내는 ‘파괴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용기야 말로 어려운 일이다. 계열사 70여개, 자산총액이 90조원이 넘는 재계 5위 재벌인 롯데그룹이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고 KT렌탈 인수에 1조원을 쓰는 등 과감한 M&A(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투자 규모는 7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너무 과도한 돈을 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뭐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지금의 가치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어떻게 설정하고 만들어 가느냐가 기업에게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투자의 결과는 미래에 나타날 것이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시대조류의 흐름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하는 과감한 실천력에서 판가름 난다. 현실에 안주하다가 망한 기업의 사례는 너무 많다. 휴대폰 업계를 보면 모토로라가 아날로그 휴대폰에 주력하다가 디지털 휴대폰에 주력한 노키아에 침몰되고,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에서 디지털 휴대폰 기반의 자사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버리지 못해 결국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한 삼성전자에 밀려 휴대폰 시장에서 잊혀져간 회사가 됐다.
아날로그 카메라 필림의 대표주자 코닥도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사례를 보면 삼성전자의 오프라인 매장인 디지털플라자와 LG전자 베스트샵을 보면 경쟁적으로 주요상권에 평수 큰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유통전략이다.
매장은 200-400평씩 되는데 오는 손님은 줄고 판매 인력은 유지해야 되니 이익을 남길 수 없는 것이다. 옴니채널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어야 되는데 아직도 아날로그적인 경영전략에서 탈피하려는 징후가 안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모든 기업은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힘들겠지만 회사의 항로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영국의 글로벌 시장조사인 민텔의 2015년 중국 소비자 트랜드 보고서에 의하면 사물인터넷(IoT)시대의 본격 서막을 말리는 스마트 소비, 중국의 심각한 환경오염에 대비한 친환경 녹색소비, 인터넷과 전자 상거래의 발전에 따른 중국의 오프라인 시장은 폐점하고 온라인 매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O2O 소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 소비자 참여형 소비로 정했다. 우리나라보다 자유경제 체제가 늦었던 중국이 급속도로 우리나라를 전 분야에서 추월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어 기업입장에서 보면 선뜻 투자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이렇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다 자칫 2020년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선제적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또한 앞선다.
이경주 본지 객원논설위원·(주)허브원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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