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동통신 유심(USIM) 요금제가 인기다. 약정도 없다. 약정이 없으니 위약금도 없다. 그런데도 요금은 이동통신사의 절반 수준이다.

CJ헬로비전에 따르면 최근 LTE 신규 요금제의 30% 가량은 유심요금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일반 LTE 요금제에 대한 유심요금제를 비롯해 최근에는 데이터중심요금제에서도 유심요금제를 출시했다. CJ헬로비전이 물꼬를 트고, 지금은 웬만한 알뜰폰 사업자들은 속속 유심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유심(USIM)은 휴대폰 사용자의 정보를 담은 칩이다. 3G 이후 휴대폰은 엄지손톱만한 유심칩을 삽입해야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유심요금제는 말 그대로 이 유심칩만 구매하는 것이다. 중고단말기거나 아예 공 단말기를 구매하거나, 여하튼 약정이 끝난 단말기가 있어야 유심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유심 요금제에 가입하면 이통사 요금제와 비교해 최대 50%를 절약할 수 있다. 어떻게 반값 요금제가 가능할까.

LTE 출시 이후 한동안 대표 요금제 자리를 지켰던 LTE 62요금제(월 6만2000원)를 기준으로 보자. 62요금제에 2년 약정을 하면 이통사는 매월 1만6000원을 할인해준다. 반면, CJ의 헬로모바일의 '조건 없는 USIM LTE 31' 요금제는 3만1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딱 반값이다.

그렇다면 이통사가 폭리를 취하는 것일까? 알뜰폰이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일까.

알뜰폰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KT의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망을 빌려쓴 대가를 KT에 지불해야 하는데 보통 소매요금의 50% 수준이다. 다만, 약정시 적용되는 할인금액은 제외한다. 그러니까 62요금제의 도매대가는 약정할인 금액 1만6000원을 제외한 4만6000원의 50%인 2만3000원 정도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CJ헬로비전은 3만1000원만 받고 팔아도 8000원이 남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8000원을 순이익으로 보면 곤란하다. 인력, 마케팅 등 복잡 다양한 고정비가 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CJ는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은 아닌 것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유심요금제는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수수료가 거의 없다”며 “보조금이 없으니 약정도 당연히 없고, 위약금도 존재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는 단말기와 결합해 판매하기 때문에 절반 요금제가 불가능하다. 단말기가 충분히 이용할 만 하다면 유심요금제가 유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단말기를 직접 구매할 경우는 어떨까. 이럴 경우 일률적으로 유불리를 따지기 쉽지 않다. 단말기마다 출고가격이 다르고 보조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보조금에 큰 변동이 없는 아이폰6의 경우 공단말기를 구매해 유심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아이폰6 64GB 모델을 비교해 보자. KT에서 이 모델의 출고가격은 92만4000원이고 현재 공시지원금은 19만8000원이다. 추가지원금 2만9700원까지 합치면 할부원금은 69만6300원이다. 24개월 약정하면 매달 2만9000원을 단말기 할부금으로 내야 한다. 62요금제에 가입하면 요금을 1만6000원 할인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가입자는 4만6000원 요금에 2만9000원 할부금을 합쳐 매달 7만5000원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동일 기준에서 유심요금제는 요금 3만1000원에 단말기 할부금 3만8500원(92만4000원 ÷ 24) 등 총 6만9500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5000원 가량 저렴하다. 2년 약정이면 12만원이다. 단말기를 직접 구매해 이통사로부터 약정할인 받고 추가 요금할인 20%를 더 받아도 결과는 유심요금제의 승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데이터중심요금제에서 비교해도 유심요금제가 약 30% 가량 저렴하다.

물론, 모두에게 유심요금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가족간 결합을 통한 혜택, 이통사 브랜드에 대한 가치판단, 단말기 보조금 수준에 따라 따라 이득이 될 수도, 손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이용패턴도 모르고 단말기도 바꾸지 않고, 결합 등에 대한 관심도 없는, 정말 생각 없이 이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일 경우 유심요금제는 말 그대로 반값요금제 효과를 제대로 누리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