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하면 냉장고 준다고?…조삼모사 혜택 ‘조심’
- 요금상품 혜택 적어 꼼꼼히 따져봐야
- 에넥스텔레콤 경우 사은품 가격 부풀리기도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주요 알뜰폰 사업자들이 TV홈쇼핑을 통해 이동통신 요금상품과 가전제품을 결합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전사와 제휴를 통해 시중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두 가지 상품을 구매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TV홈쇼핑에서 이동통신 요금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지 않는데다 가전제품 가격을 지나치게 부풀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알뜰폰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은 최근 LG전자와 협업을 통해 단말기와 가전제품을 묶어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판매조건은 헬로23요금제(부가세 제외) 36개월 약정할 경우 전체 판매가(휴대폰 30만원, TV 및 냉장고 57만1200원) 87만1200원에서 63만3600원을 빼주는 조건이다. 즉, 이용자는 이동통신 요금과 할부금을 합쳐 매달 3만1900원씩 3년간 내면 이동통신 서비스와 TV 또는 냉장고도 받을 수 있다.
CJ헬로비전과 LG전자가 내놓은 냉장고(R-B433GZVP)는 인터넷 최저가가 86만원이다. 57만원에 가격을 책정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이익이다. 하지만 요금상품에 대한 혜택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23요금제는 음성 50분, 문자 50건, 데이터 50MB를 제공한다. 2만3000원 요금을 내지만 실제 혜택은 1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SK텔링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회사도 최근 23요금제를 바탕으로 갤럭시코어어드밴스와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결합해 TV홈쇼핑서 판매하고 있다. 단말기 가격은 지원금을 제외하면 13만1500원이다. 휴대폰과 가전제품을 합한 할부원금은 76만4400원인데 36개월 약정하면 55만4400원을 깎아준다. 최종적으로 계산하면 이용자는 부가세, 할부이자를 포함해 2만9918원만 내면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가전제품도 받을 수 있다.
얼핏보면 이용자가 크게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요금제가 이름만큼의 무료이용량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말기 종류도 따져봐야 한다. 3G 스마트폰이거나 사실상 제조사에서 재고처분에 나선 단말기인 경우도 허다하다. SK텔링크의 23요금제는 음성통화 30분, 문자 150건, 데이터 200MB를 제공한다. CJ헬로비전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엇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갤럭시코어어드밴스는 3G 스마트폰이다.
문제는 TV홈쇼핑에서는 이 같은 정보를 자세히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 상품을 판매하는 것인지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이동통신 요금상품과 회사에 대한 정보제공은 부실 그 자체다. 알뜰폰 업계는 TV홈쇼핑을 이용할 때 이동통신 3사가 아닌 회사명이 노출될 경우 소비자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홈쇼핑 사업자가 고의로 정보제공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어찌됐든 요금제 정보를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가입할 경우 추가 통화요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CJ헬로비전 관계자는 “통화 사용량이 많지 않은 이용자가 가전제품이 필요할 경우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실제 가입단계에서 요금상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가전제품 가격을 뻥튀기기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알뜰폰 사업자인 에넥스텔레콤은 삼성 갤럭시그랜드맥스와 노트북, 김치냉장고, 세탁기 등과 결합해 홈쇼핑에서 판매했다. 월 3만5000원인 WHOM 35 요금제에 36개월 약정을 하면 가전제품을 제공하는 조건이다. 에넥스텔레콤은 그랜드맥스에 31만900원,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110만원의 할부원금을 책정했다. 요금과 할부금을 합쳐 매월 5만9740원씩 36개월을 내면된다.
장기간에 걸쳐 가전제품 구매부담을 줄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에넥스가 제공하는 가전제품은 인터넷 최저가의 2배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됐다. 사은품 중 하나인 세탁기(모델명 WA15J6730KS)의 경우 인터넷에서 55만원이다. 가격을 2배나 뻥튀기한 셈이다. 결국, 소비자는 요금제를 포함해 가전제품도 제값 이상을 주고 구매하는 셈이다.
에넥스텔레콤의 경우 과거 TV홈쇼핑에서 회사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망을 제공하는 KT인 것처럼 오인하거나 가입 후 거래조건이 달라 분쟁이 발생하곤 했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체적 서비스 거래조건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하라고 시정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보호국장은 “텔레마케팅, 유통점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TV홈쇼핑 판매에 대한 조사도 고려하고 있다”며 “실제 이용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는지 정보는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 등을 포함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미래부 김경만 통신경쟁정책과장도 “위법 여부 이용파 이익 저해 부분이 있는지, 가입단계에 정확한 정보전달이 이뤄지는지 등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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