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ZTE가 중국 국가 권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인사이트세미콘> 회원 전용 서비스 ‘중국산업동향’ 코너에 7월 24일자로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인 화웨이와 ZTE가 자국 정부와 더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 도움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다. 사실상 전 중국 기업에 해당되는 얘기다. 세계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성장을 돕고 있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복종’을 요구하는 것은 중국의 독특한 정치 경제 체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24일 중국 전자공정망(电子工程网)은 ‘화웨이, ZTE는 어떻게 국가 권력을 활용하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두 기업이 정부의 뜻을 제대로 따르면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이익도 많이 챙겨갈 것”이라며 “반대로 정부 뜻에 어긋나면 성공 가능성에서 점점 멀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화웨이와 ZTE가 중국 정부의 정책에 큰 수혜를 받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해 화웨이는 선전에서 미국 인터디지털과 특허 분쟁을 벌였다. 인터디지털은 이른바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업체(NPE)다. NPE는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 사업은 하지 않고 오로지 특허로만 수익을 내는 업체를 의미한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NPE를 특허괴물로 지칭한다. 인터디지털에 소송을 당한 화웨이는 당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 도움을 요청했고, 인터디지털의 독점금지 명령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선전 법원도 화웨이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 화웨이가 인터디지털과 비교적 ‘공평한’ 특허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도움이 컸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중국 발개위가 퀄컴에 독점금지 명령을 내렸을 때, 후방에서 이를 지지, 지원한 기업이 바로 화웨이와 ZTE였다. 발개위는 화웨이와 ZTE로부터 각종 공급망 정보, 로열티 규모 등의 정보를 얻어 퀄컴을 압박했다. 그 결과, 퀄컴은 우리돈 1조6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중국 정부에 냈다. 중국이 퀄컴에 부과한 과징금은 사실상 명분 없는 ‘실력행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어찌됐건 화웨이는 이후 유리한 조건으로 퀄컴과 로열티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이 매체는 “양사간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다른 스마트폰 기업보다 ‘훨씬 더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 발표 이후 중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ZTE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조건부로 합병을 승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MS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MS가 표준특허를 기반으로 중국 기업들의 스마트폰 판매에 제제를 가하지 않아야 합병을 승인하겠다고 했다. 현재 받고 있는 기술 특허료도 더 올리지 못하게 했다. 노키아를 인수하는 MS가 특허를 무기로 자국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여려 가지 무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전자공정망은 “중국 본토 기업의 국제화 수준은 정부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향상된다”며 “무역보호는 본디 국가 간 경쟁이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을 얼마나 밀어주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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