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프레드트럼 CEO, 미디어텍에 원색적 공격
* <인사이트세미콘> 회원 전용 서비스 ‘중국산업동향’ 코너에 7월 16일자로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만 미디어텍이 중국 현지 기업에 칩을 판매하지 못하게 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리리요(李力游, Leo Li) 스프레드트럼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매체 비전매거진(远见杂志)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대만 미디어텍에 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미디어텍은 미국 퀄컴의 뒤를 잇는 세계 2위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공급업체다. 주로 중국 기업에 중저가 SoC를 판매하며 성장했다. 리리요 CEO에 따르면 스프레드트럼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하기 전에는 미디어텍을 벤치마킹했고, 관계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미디어텍 CEO인 차이밍지에(蔡明介, Ming-Kai Tsai)에게 회사 방문도 요청하곤 했었다.
그러나 최근 양측 관계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비전매거진은 인터뷰 기사에서 “철천지 원수가 됐다”고까지 표현했다. 스프레드트럼은 최근 점유율 성장이 가파르다. 미디어텍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사이가 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SoC 분야의 지원을 늘리면서, 스프레드트럼은 그 지원을 받아 대만 인력을 집중적으로 스카웃하고 있다. 대만 측, 특히 미디어텍은 이 같은 상황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 갖가지 인재 유출 방지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리리요 CEO는 “미디어텍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어떤 구속이나 제약이 있나? 왜 스프레드트럼은 대만에서 구인과 연구개발(R&D) 활동을 할 수 없나? 이건 말이 안 된다. 만약 미디어텍이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게 만든다면,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 반도체 설계 기업 가운데 그나마 괜찮은 회사는 미디어텍 하나다. 그쪽 엔지니어들은 선택이 폭이 넓지 않다. 20년 후, 대만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낮은 월급을 주면서 버틸 수 있을까. 대만 엔지니어 월급이 그렇게 낮은 이유는 그 나라가 개방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도 중국과 대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스프레드트럼은 대만 TSMC를 통해 칩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리리요 CEO는 “중국은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이고, 또 가장 큰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며 “스프레드트럼과 미디어텍 모두 중국 시장에 의지해야만 생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프레드트럼의 경쟁력을 ‘합작’이라고 봤다. 이미 이 회사는 미국 인텔의 자금 및 기술 지원을 받고 있다. 작년 9월 인텔은 스프레드트럼의 모회사인 칭화유니그룹에 15억달러를 출자하고 지분 20%를 취득한 바 있다. 리리요 CEO는 “인텔과 같은 거대 기업과 합작한다면 특허(IP)와 기술, 제조 등 부족한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이라며 “이러한 합작이 늘어나면 미디어텍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리요는 고정비용 측면에서도 자사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퀄컴은 임직원수가 3만명이 넘고 미디어텍도 1만3000명 가량이나 되는 반면, 스프레드트럼의 총 인원은 5000~6000명에 그친다. 비전매거진에 따르면 스프레드트럼은 중국 3G 반도체 칩 분야에서 40%의 시장점유율을 이뤄냈다. 미디어텍 입장에서 스프레드트럼은 골칫거리 추격자인 셈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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