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업계, 인터넷전문은행 구축시장 ‘딜레마’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1개 은행당 최소 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시스템 구축 사업을 놓고 IT서비스업체들이 시장 공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IT서비스업체들중에서는 LG CNS와 SK C&C 등이 최근 관련 플랫폼을 발표하는등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인가를 받게 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수가 초기에는 1~2개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시장성 확보 여부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IT인프라 구축 비용보다 인가받은 개체수가 너무 적기때문에 시장의 사이즈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향후 이 분야가 중장기적으로 시장성은 좋다하더라도 단기적으론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계륵인 셈이다.
◆금융IT 성장 동력 될까?= 따라서 IT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시스템 구축 시장을 그동안 주목해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서비스의 범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시중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인터넷 뱅킹 시스템과 이를 지원하는 IT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점에서 대형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자본금 및 운영자금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IT시스템에 대한 비용책정을 최소한으로 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가 다양해질 경우 고도화를 통해 전체 시스템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인가를 내줄 대상으로 가장 현실적인 컨소시엄이 2금융권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이 결합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결국 은행 전반업무를 다루는 대형 IT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음카카오, 인터파크 등이 기존 은행과 다른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전략을 얘기하고 있지만 시범인가를 통해 탄생하게 될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산업자본의 지분허용을 4%로 제한받고 의결권 제한을 전제로 10%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이는 산업자본이 주가 되는 컨소시엄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할 경우 특정 업체위주의 경영권 행사가 사실상 복잡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와 같은 2금융권의 경우 ‘은행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라며 “초기에는 ‘금융 혁신’에 금융당국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만큼 여기에 초점을 맞춘 사업모델을 제시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일반 은행과 동일한 업무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하기도 했다.
◆시장성 의문=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스템 구축 범위는 향후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터넷전문은행이 과연 얼마나 많이 생길 것이냐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은행법 테두리 안에서 1~2곳에 시범인가를 내준 후 은행법 개정을 통한 자본금 등 요건을 완화해 인터넷전문은행을 다수 인가하겠다는 계획이다.
IT시스템 구축 업계에선 초기에는 1~2곳만을 바라보고 인터넷전문은행 플랫폼 등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비용을 들여 플랫폼을 만들고도 인터넷 전문은행 확산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다.
인터넷전문은행 확산을 위해선 은행법 개정과 은산분리 완화 등 넘어야할 장애물이 산재해 있어 이러한 장애물이 정부의 기대대로 치워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장애물이 치워지더라도 실제 다수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이뤄지는 시기는 시범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실적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후가 될 것으로 보여 2~3년 내에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
또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현 정권의 마지막 임기와 겹치기도 해 정부의 정책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슬림화, 저비용에 주목=이미 IT서비스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성을 고려한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시스템 구축에 있어 중요한 문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형태, 시스템 공동 투자 등 다양한 옵션을 구비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아직 시스템 구축 방향성에 대해 IT업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예비인가 후 본인가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대상이 IT 시스템 구축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인터넷전문은행 IT 시스템에 대한 명쾌한 기준은 없다.
또, 클라우드 방식의 허용 여부도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산장비 재위탁 등 아웃소싱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은행업 테두리에서 어디까지 허용될지는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다.
코스콤이나 저축은행중앙회처럼 중앙에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IT인프라와 서비스를 회원사, 혹은 가맹사에 제공하는 ASP 서비스의 경우도 최소 5개 이상의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가 이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손익분기점(BEP)를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IT서비스 업체 입장에선 골치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애초 인터넷전문은행 시스템 구축시장 진출을 위해 관련 금융IT업체 간 협력을 준비하던 웹케시는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시장에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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