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위안화 쇼크’ 확대…IT업계, 위기감 고조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한주엽, 이민형 기자] 중국 ‘위안화 절하 쇼크’가 우리 IT산업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위안화 고시환율을 전일대비 1.9% 절하된 6.2298위안/달러로 고시한데 이어 13일에는 다시 중국 위안화 가치를 추가로 인하해 6.4010위안/달러로 고시했다. 위안화 고시환율을 인위적으로 1% 이상 절하한 것은 2005년 위안화의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내 상황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와 교역규모 1위 국가인 중국이 갑작스럽게 환율정책까지 꺼내든 것은 그 자체로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중국 위안화의 절하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기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일대비 57.56bp(1bp=0.01%포인트)로 나타나 한달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더욱이 일본 아베 정부의 공격적인 엔화 약세 공세로 우리 나라 자동차, 기계, 전기전자 등 일본 업체와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관련업종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중국 악재까지 더해진 형국이다. 특히 중국은 우리 IT기업들의 주요 수출지역이란 점에서 위기감의 강도는 훨씬 더하다.

중국 위안화 절하의 배경으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물지표의 부진과 위안화의 고평가 심화, 자본유출 확대로 인한 위안화 하락 압력, 미국과 통화전쟁을 통한 정치적 파워게임의 성격 등 다양하다. 다만 중국 위안화의 약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시장및 전문기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중국 비중 큰 국내 IT업계, 초비상 = 한편 위안화 쇼크로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IT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국 현지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한 가전제품 업계가 대응책 마련이 부심하고 있다. 또한 부품과 LCD업계, 세트분야에서는 스마트폰과 TV쪽에 영향이 굉장히 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동안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 비중을 확대해 왔다. 이에 따라 일단 위안화 절하 쇼크로 인해 가격경쟁력 부분에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삼성, LG전자는 가전분야 대응전략과 관련, 가격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프리미엄 비중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업체들과 경합도가 낮은 프리미엄 제품은 오히려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현지 업체들과 경합도가 높음 중저가 라인은 가격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겹치는 품목들에 한해서는 가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현재 중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품목이 적지만, 액정표시장치(LCD) 같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BOE 등 현지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얻게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관련업체들이 일정 수준 위안화 쇼크의 후푹풍을 받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관련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저가 제품에 한정되는 사안이므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이 추가적으로 위안화를 절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국내 업계가 용인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어선다면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절하 쇼크가 더 확대될 경우, 상황은 완성품 분야에서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의 완성품 TV, 스마트폰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적으로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위안화 절하로 가격 경쟁력까지 생길 경우 국내 IT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크게 잠식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위안화 쇼크, 계속될까? = 결과적으로 현재 가장 관심사는 위안화 추가 인하가 지속될 것이냐 여부이다.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관련 최근 중국 일간신문인 참고소식망(參考消息網)은 ‘임금 및 전력비용 상승 요인으로 중국 내에서 이뤄지는 제조비 원가가 미국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뉴욕타임즈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의 산업경쟁력과 펀더멘털이 크게 약화됐고 결국 위안화 절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제조업 경제 대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제조원가를 100으로 봤을 때 중국은 이미 96까지 올라왔다. 즉, 미국 공장의 제조원가가 1달러라면 중국 내 생산 비용은 0.96달러라는 의미다.

이 같은 제조원가 상승으로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 지위를 잃고 있고,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전자 업계는 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이동시키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한주엽기자>poweruser@ddaily.co.kr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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