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둘러싼 미국‧유럽 관세전쟁… 태양광 업계 운명 좌우하다
* 6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오프라인 매거진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태양광 치킨게임을 주도한 중국.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무역 분쟁이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은 일본과 함께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 시장이다. 이들의 태양광 무역 분쟁은 국내 업체의 경영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향후 이들의 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분석해봤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gihtsemicon.com
2011년부터 시작된 중국발 태양광 치킨게임은 관련 밸류 체인에 속한 주요 제품의 극심한 가격 하락을 유도했다. 2012년 폴리실리콘, 웨이퍼, 태양광 셀, 모듈 가격은 전년 대비 30~40%씩 떨어졌다. 중국 태양광 셀, 모듈 업체들은 파산을 피하기 위해 보유 재고를 저렴하게 시장에 풀었고, 상위권 업체들도 점유율을 확대, 혹은 유지하고자 출혈 경쟁에 가담했다.
결과적으로 망해 나가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큐셀이 한화에 인수됐고, 독일 모듈 업체인 솔론, 미국의 솔린드라, 스펙트라와트, 에버그린솔라가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 치킨게임을 주도했으나, 이들 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10년 200개가 넘었던 중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망했다. 중국의 대표 태양광 업체인 선텍도 누적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에는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뒤 파산했다. 선텍은 파산 이후 중국 우시 지방정부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태양광 관세 전쟁
미국 업체들은 중국이 촉발한 태양광 치킨게임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솔라월드를 대표로 한 미국 태양광 업체 7곳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2011년 10월 상계 관세와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구하는 제소장을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했다. 2012년 5월 미국 상무부는 자국 기업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중국산 태양광 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에 강력 반발한 중국은 두 달 뒤인 2012년 7월 미국과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2년 10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태양광 셀에 대해 최소 26%에서 최대 250%의 반덤핑 관세를 매기고 15~16%의 상계관세도 부과키로 결정했다. 11월 미국 ITC는 상무부 의견을 받아들여 반덤핑 및 상계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태양광 셀 업체들은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됐다.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셀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애꿎게 피해를 본 곳은 미국과 한국의 폴리실리콘 업체들이다. 중국 상무부는 2013년 7월 미국과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한 뒤 2014년 1월 미국산에 53.3~57%, 한국산에는 2.4%~48.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한국의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와 한국실리콘은 각각 2.4%와 2.8%, 기타 업체들은 12.3%의 반덤핑 관세 부과가 확정됐다. 업계의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산에만 관세를 매길 경우 ‘보복성’으로 비춰질 수 있어 한국을 끼워넣은 것”이라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타격은 받은 곳은 미국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헴록이다. 이 회사는 중국의 보복 관세로 대중국 태양광 폴리실리콘 경쟁력이 저하되자 최근에는 반도체용 고순도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중국 우회 전략에 또 다시 꿀밤
미국의 관세 부과에 중국 업체들은 각종 우회 전략을 펼쳤다. 중국산 태양광 셀이 아닌, 대만산 셀을 구입해 모듈로 구성하고 미국으로 수출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대만의 태양광 셀 생산 업체인 모테크, 네오솔라파워는 반사이익을 얻어 2013년 출하량이 대폭 확대했다. 미국은 제제 범위를 보다 넓혀 중국 업체들의 우회 전략을 원천 차단한다. 2014년 1월 미국 상무부는 대만 태양광 셀을 사용한 중국산 모듈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셀 산업에 한정됐던 전장이 모듈 분야로 확대된 것이다. 이 해 7월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 등과 대만산 셀에 대해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한다. 2015년 1월 미국 ITC는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중국산 태양광에 최대 165%, 대만산 태양광 셀에 최고 28%의 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또 다시 중국에 반덤핑 관세 꿀밤을 먹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태양광 발전 수요 지역이다. 중국의 주요 업체들은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최근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신규 공장을 증설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태양광 전문 업체인 CNPV의 경우 최근 한국 새만금 개발 지구에 3000억원을 투자, 1단계 태양광 모듈, 2단계 셀 제조공장을 각각 구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수출 시 관세 부과를 피해가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CNPV 측은 밝히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관세 전쟁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한화솔라원의 경우 충북 음성 태양광 모듈 공장 증설을 마무리하고 이 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에도 모듈 공장을 증설한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중국 현지에서 소화하고,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국산, 말레이시아산 모듈은 미국으로 수출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한화 측의 전략이다.
유럽 “관세 전쟁, 산업 발전에 불이익”
미국과 치열한 관세 전쟁을 벌였던 중국은 유럽연합(EU)과도 분쟁에 시달렸다. 2012년 9월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태양광 웨이퍼, 셀, 모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고, 이듬해 6월 중국 상무부는 이에 대한 반격으로 유럽산 와인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강공으로 나갔던 미국과는 달리 EU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조건부로 면제해주는 안에 합의를 했다. 2013년 8월 중국은 유럽으로 수출하는 태양광 모듈 가격을 와트(W)당 0.56유로 이상, 연 최대 수출량이 유럽 전체 수요의 절반인 7기가와트(GW)를 넘지 않겠다는 최저가격 제한제 및 수출 쿼터제에 동의했다. 올해 12월 7일에는 이 같은 EU와 중국 간 협상 기간이 만료되므로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업계에선 중국과 EU간 태양광 관세 관련 재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실 최근 업계에선 세계 각국의 이러한 관세 전쟁이 전체 태양광 발전 산업에는 별반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유럽 지역 발전 사업자들이 내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이 태양광 발전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 모듈 가격이 너무 비싼 탓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설비 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측정돼 있다는 주장이다. <IHS>에 따르면 중국과 최저가격 제한, 쿼터제 등에 합의한 EU의 지난해 태양광 시장은 전년 대비 29.9% 줄어든 7.8GW에 그쳤다. 중국, 미국, 일본 지역의 태양광 발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럽 태양광 산업협회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무역 제한은 유럽 태양광 산업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 같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올 연말 재협상에선 그간의 제한 규정이 철폐되거나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추수현 코트라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은 “2015년 말 중국에 대한 EU의 무역 규제가 완화되거나 철폐될 경우 중국 태양광 셀 및 모듈 업체들의 대유럽 수출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 대한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적극적이며 빠른 수출사업 추진으로 만반의 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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