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독주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 7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오프라인 매거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LTE 모뎀칩 시장은 퀄컴의 독무대였다. 2012~2013년 LTE 모뎀칩 시장에서 퀄컴의 점유율은 무려 90%를 웃돌았다. 그러나 최근 후발 주자들이 관련 제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퀄컴의 점유율도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물론 전문가들은 퀄컴의 독주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능, 기능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각 업체들의 모뎀칩 매출액 점유율 추이와 주요 제품별 사양을 비교 정리해봤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전 세계 모바일 기기용 모뎀칩 시장에서 미국 퀄컴의 매출액 점유율은 60% 이상이다. 2013년 2분기 이후 분기 매출액 점유율이 60%를 밑돈 적은 한 번도 없었다.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모뎀칩의 경우, 한국 등 일부 시장에서만 LTE 서비스가 이뤄지던 시기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나갔다. 실제 2012년, 2013년 LTE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에는 거의 모두 퀄컴의 스냅드래곤 모뎀 원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탑재됐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대만 미디어텍이 LTE 통신 모뎀칩을 내장한 중저가 AP를 다량 내놓았고, 인텔과 삼성전자 역시 독자 LTE 모뎀칩 개발에 성공했다. 인텔과 삼성전자는 AP와 모뎀칩을 통합시키진 못했으나, 퀄컴 솔루션의 대안으로 시장에서 공급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독자 개발한 LTE 모뎀인 ‘엑시노스 모뎀 333’과 14나노 엑시노스7 시리즈 AP를 자사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 시리즈에 탑재시킨 덕에 점유율이 크게 상승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모뎀칩(AP 통합칩 포함) 시장 규모는 58억1600만달러로, 작년 1분기 대비 2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LTE 모뎀칩 시장 규모는 38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98.9% 확대됐다. 전체 모뎀칩 시장에서 LTE가 차지하는 비중은 66.1%로 과반을 훌쩍 넘었다. 이는 중국의 LTE 서비스 개시에 따른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전체 모뎀칩 시장에서 퀄컴은 61.3%로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으나 전년 동기(64.8%)와 비교하면 점유율이 소폭 줄어들었다. 대신 미디어텍(17.9%), 스프레드트럼(6.6%), 삼성전자(4.8%)는 전년 대비 점유율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LTE 모뎀칩으로만 보면 퀄컴의 점유율이 줄어드는 모습은 더욱 도드라진다. 1분기 LTE 모뎀칩 시장에서 퀄컴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8%포인트 떨어진 72.3%였다. 미디어텍의 경우 작년 1분기 LTE 모뎀칩 제품군 자체가 없었으나 1분기 10.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단숨에 2위 자리로 올라왔다. 퀄컴과 미디어텍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7.3%), 하이실리콘(3.4%), 마벨(3.1%), 인텔(1.3%)이 LTE 모뎀칩 매출액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제품별 사양 비교
퀄컴과 미디어텍, 인텔, 삼성전자의 LTE 모뎀 솔루션은 성능과 통합 측면에서 아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퀄컴 솔루션의 압승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810에 통합돼 있는 X10 LTE를 기준으로 보면, 미디어텍과 인텔, 삼성전자의 솔루션은 몇 가지 기술, 기능이 빠져 있다. 우선 인텔과 삼성전자는 모뎀과 AP를 통합하지 못했다. 미디어텍은 통합 그 자체는 성공했으나 LTE-A의 주파수 통합 기술인 캐리어에그리게이션(CA)을 지원하지 못한다. 최신 CAT9은 퀄컴과 삼성전자 제품만이 지원한다. CAT9 LTE-A 모뎀은 20MHz 대역폭의 주파수 3개를 CA로 묶을 수 있어 60MHz 대역폭(20+20+20MHz)에서 최대 450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는 일반 LTE(75Mbps) 대비 6배 빠른 것이다. 2밴드 및 3밴드 CA로 40MHz 대역폭을 활용할 수 있는 CAT6(300Mbps)와 비교해도 50% 속도가 빠르다. 업로드시에는 주파수 2개(20+20MHz)를 묶어 10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
퀄컴의 무선주파수(RF) 트랜시버 칩은 통신표준화단체 3GPP가 승인한 CA 밴드 조합을 모두 지원한다. 인텔, 삼성전자 모뎀칩의 경우 일부 CA 밴드 조합은 지원되지 않는다. 인텔 XMM7260의 경우 주파수분할(FDD) 방식만을 지원하는데, 중국의 시분할(TDD) 통신 방식을 사용하려면 XMM7262를 사용해야 한다. 3G 통신 방식인 HSPA+ 모드에서 퀄컴의 최대 업로드 속도는 11Mbps로 나머지 칩들과 비교했을 때 두 배 가량 빠르다. 칩 생산 공정도 퀄컴 솔루션은 20나노,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28나노가 적용돼 있다. 전력 소모량 측면에서 퀄컴 솔루션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업계의 관계자는 “지금의 기술 격차로 봐선 퀄컴의 점유율이 다소 축소된다 하더라도 5G 시대가 오기 전까진 강력한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각 업체간 진정한 승부는 5G 시대에 펼쳐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후발 주자들의 점유율과 기술력은 아직 퀄컴을 쫓아오지 못하는 수준인 것이 맞다. 하지만 퀄컴은 실적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퀄컴의 주요 시장이었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최근 퀄컴은 전체 직원 가운데 15%를 감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퀄컴의 총 직원은 3만1500명 수준. 감원 대상은 45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이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14억달러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퀄컴은 라이센스 사업부문 대비 이익률이 낮은 칩 사업부문을 분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실적 때문이다. 퀄컴은 최근 발표한 2015 회계연도 3분기(4~6월)에 매출 58억달러, 순이익 12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47% 감소한 수치다. 퀄컴은 올해 매출 전망치도 약 260억달러에서 250억달러 수준으로 낮춰잡았다.
퀄컴이 직원 수를 줄이고 칩 사업부문의 분사를 검토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 4월 헤지펀드인 자나파트너스는 20억달러 이상의 퀄컴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고, 이후 주가 부양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퀄컴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이익률이 높은 라이센스 사업부를 칩 사업부와 분리할 것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퀄컴의 분사검토 및 감원 발표는 자나파트너스를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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