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피오리나, HP에 발목잡힐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미국 공화당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CEO)의 과거 행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2005년 초까지 약 5년 6개월 간 HP를 이끌며 ‘IT여제’라는 별칭까지 얻었지만, 컴팩 합병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한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특히 오는 11월 2개 회사로 분리되는 HP의 상황을 현재 반영할 때 과연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막강한 경쟁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HP 몰락의 원인은 피오리나 때문”이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칼리 피오리나는 정말 HP를 망친 원흉일까.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으로 로스쿨을 중퇴한 그녀는 AT&T와 루슨트테크놀로지 등에서 비서, 영업사원 등으로 일하다 HP의 첫 여성 CEO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HP가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도 1938년 창사 이래 피오리나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2001년 PC 부문 강화를 위해 주주와 이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50억달러를 들여 컴팩을 인수하면서 갈등을 빚게 된다. 이는 HP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이후 인수 조건과 효과 등을 놓고 피오리나는 이사회와 마찰을 빚어오다가 PC 시장에서 델 등에 빌리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실제 HP는 컴팩 인수 10년 후인 2011년 이를 120억달러 손실 처리했다.
결국 피오리나는 취임 이후 HP 주가를 절반 이상 하락시키는 것에 책임을 지고 2005년 2월 불명예 퇴진하게 된다. 컴팩 인수 이외에도 피오리나는 적극 성과제도를 도입하며 ‘HP 웨이(Way)’라는 HP 특유의 인간 중심 조직문화를 망쳤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취임 이후 3만명의 직원을 해고하면서 자신의 연봉은 3배로 올렸고, 이 돈으로 수백만달러짜리 개인용 초호화 요트와 자가용 등을 사들였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 이는 2010년 피오리나가 도전한 캘리포니아주 상원 의원 선거에서 패배 원인이 됐다.
필연인지 우연인지 피오리나의 컴팩 인수 이후 HP의 M&A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실패에 가까웠다. 대표적인 것이 피오리나 이후 CEO를 맡은 마크 허드 현 오라클 사장이 2008년에 139억달러를 주고 인수한 일렉트로닉데이터시스템(EDS)이다. EDS는 이후 80억달러 손실 처리됐으며, 현재 HP가 진행 중인 구조조정 대상도 대부분 EDS가 전신이 된 엔터프라이즈 서비스(ES) 분야다.
이후 취임한 레오 아포테커 CEO 역시 2011년 102억달러를 주고 인수한 영국 검색 솔루션 업체 오토노미로 인해 사실상 쫓겨나게 됐다. HP는 이후 오토노미의 고의적인 회계누락으로 88억달러의 손해를 입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HP는 2016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1월 1일 서버,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 기업용 솔루션이 주축이 되는 HP엔터프라이즈와 PC와 프린터 등의 사업부문으로 구성된 HP Inc, 2개 회사로의 분할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최대 3만명의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해 6월 고려대학교에서 개최한 특별 강연을 하기 위해 방한한 피오리나 후보는 HP 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자세히 말하긴 힘들지만) 의견이 달랐던 이사회 임원과 마찰이 있었는데, 그들이 언론에 내부 비밀문건을 언론에 공개하며 문제가 생겼다”며 “당시 언론에는 경영능력 부족으로 해임된 것처럼 보도됐지만, 사실 사임한 것은 내 선택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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