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4강의 투자 방향은?… 공장현황 분석

한주엽

* 8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오프라인 매거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들어 대규모 장기 시설투자 계획을 밝혔다. <인사이트세미콘>은 마이크론과 도시바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4강의 생산 공장 현황을 분석해봤다. 그 결과, 근래 들어 D램 신규 증설에 나선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소규모 증설이어서 D램 공급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메모리 업체가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기 위한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었던 점이 눈에 띈다. ‘10년간 신규 시설투자에 4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SK하이닉스 역시 3D 낸드플래시에 대한 대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D램과 낸드플래시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4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만 생산하기 때문에 D램 분야에서는 3개 업체만이 경쟁한다.

공급 업체가 줄어들면서 과거처럼 공급과잉과 공급부족을 넘나드는 불안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평화체제’를 유지하기 위함일까. 최근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물량 확대에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우리는 이번 분기, 그리고 올해 연간 xx%의 비트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목표치를 밝힌다. 갑작스레 출하 물량이 늘어나면 “지난 분기 때 (사고 등으로 인해) 제대로 팔지 못했고, 이번 분기에 더 팔았다”라고 해명한다. 증설 이슈가 있을 때는 “공정 미세화에 따른 웨이퍼 투입량의 자연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생산 목표치를 잘 알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과잉으로 적자를 낼 일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3~4년 뒤에는 변화가 올 수도 있다. 다년간의 이익으로 자금을 충전한 한국 업체들이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의 경쟁사들은 한국 업체들의 투자 소식에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장기 투자 계획 발표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천 M14를 포함해 향후 10년간 신규 공장 3개를 짓는데 46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천 M14는 이미 완공된 상태로, SK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에 각각 새로운 공장을 하나씩 더 짓기로 했다. M14에 15조원, 나머지 2개 공장에 31조원이 투입된다. 46조원이라는 숫자에는 건물과 장비 유지보수 및 보완에 쓰이는 경상투자액이 빠져있다. SK하이닉스는 신규 공장을 짓지 않을 때에도 매년 2~3조원씩의 시설 투자액을 써 왔다. 따라서 신규투자와 경상 투자액를 더하면 SK하이닉스는 향후 10년간 75조원 안팎의 자금을 시설투자에 사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과거 10년간 SK하이닉스의 시설투자액은 37조1800억원이었다. 앞으로 10년간은 이보다 투자액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새롭게 지어지는 공장에선 어떤 품목이 양산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회사 측은 “그 때 시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300mm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은 이천 M10, 충북 청주 M11 및 M12, 중국 우시 HC2가 있다. 이천과 중국 우시에선 D램이, 청주에선 낸드플래시가 생산된다. 신규 공장인 M14에선 D램이 우선 생산될 예정이다. 물량 확대 우려는 없다고 SK하이닉스는 강조하고 있다. 기존 M10의 생산 용량이 M14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현재 M10의 생산 용량은 20나노급 D램을 기준으로 300mm 웨이퍼 투입 기준 13만장 수준인 반면 M14는 20만장으로 크다. 시황이 좋으면 언제든 발 빠르게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장비가 빠진 노후 M10 공장의 용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 및 낸드플래시 생산,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에 초대형 부지 확보, 1단계 투자 개시

삼성전자의 경우 경기도 평택에 공장 3~4개가 들어설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고 1기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중이다. 2017년 상반기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1기 공장의 투자액은 15조6000억원에 이른다. 총 생산 용량은 300mm 웨이퍼 투입 기준 20만장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 공장에서 무엇을 양산할 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공장부터 지어놓은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꼭 메모리가 양산되리란 법도 없다. 삼성전자는 화성 17라인을 시스템LSI 전용 공장으로 건설했으나 해당 사업부의 영업 실적이 부진하자 계획을 바꿔 현재 D램을 생산하고 있다.

화성 17라인의 D램 증설을 제외하면, 삼성전자는 최근 3D 낸드플래시 쪽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1기 낸드플래시 공장은 300mm 웨이퍼 월 10만장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현재 절반인 월 5만장 안팎의 웨이퍼를 처리용 장비가 도입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2만장~2만5000장 규모의 2단계 투자 발주를 내 놓은 상태다. 올 하반기 장비 반입이 완료되면 1기 공장 전체 공간의 70~75%를 채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과거와 비교하면 근래 들어 삼성전자의 D램 투자는 다소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최근 들어 성적이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을 대신해 전사 이익을 견인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선 D램 시장의 수급 밸런스를 스스로 깨고 점유율 투쟁을 벌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론과 도시바는 3D 낸드플래시 공장에 투자

마이크론은 인텔과 합작으로 세운 IM플래시테크놀로지(IMFT)의 미국 및 싱가포르 낸드플래시 공장을 인수, 2012년 3분기부터 직접 운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과 싱가포르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주로 생산한다. 2013년 엘피다를 인수한 이후 마이크론은 싱가포르 D램 공장 대부분을 낸드플래시 생산용으로 전환했다. D램 생산은 일본 히로시마의 엘피다 공장을 비롯, 지분을 보유한 대만 이노테라와 렉스칩의 공장에서 소화된다. 2013년 엘피다 인수 이후 마이크론은 D램 물량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3D 낸드플래시다. 마이크론은 지난 1분기부터 싱가포르 팹10X를 3D 낸드플래시 양산 용도로 전환하고 있다. 내년 중반기 이후부터 양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본 도시바는 미국 샌디스크와 합작으로 대형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 3개(팹3, 팹4, 팹5)를 가동하고 있다. 초대형 공장인 팹5의 경우 작년 9월 2단계 투자를 마치고 가동에 돌입했다. 기존 공장에선 모두 2D 낸드플래시가 양산된다. 3D 낸드플래시는 새로운 팹2 공장에서 조만간 양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도시바는 작년 9월 기존 200mm 공장이었던 팹2를 허물고 300mm 첨단 웨이퍼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이 공장은 최근 일부 건설을 마치고 시험 가동에 돌입했다. 내년에는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단계적으로 공급 물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도시바가 모두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기 위해 공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 라인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도 비슷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아직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기존 이천 M10 공장에서 소량이나마 3D 낸드플래시가 양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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