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숨은 의도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보의 홍수시대다. 과거와 달리 언론매체도 크게 늘어났고 언론이 아니더라도 소위 파워블로거들이 정보제공 측면에서 언론의 역할을 대체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 됐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면서 정작 제공되는 정보에 대한 숨은 의도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위에 언급한 블로그가 대표적인 사례다. 파워블로거가 올린 글을 믿고 제품을 구매하지만 사실은 광고성 글인 경우가 상당하다. 과거 블로거 자신이 수수료를 받는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얼마 전에도 블로그 운영자에게 돈을 지불하고 마치 개인의 경험담인양 글을 올리게 한 카페베네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블로거와 업체의 검은 거래에 블로그의 신뢰도도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블로거들도 리뷰 등이 업체의 협찬으로 이뤄질 경우 그 내용을 공지하고 있다. 불필요한 의혹을 차단하고 글을 읽는 독자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내용을 고지하는 것이 최근 정보제공의 트렌드다.
서강대학교 법과시장경제센터 주최로 17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방안' 토론회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다뤘다. 최근 방송통신 시장의 핫이슈인 만큼 해당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다뤄볼만한 주제였다. 세 명의 교수들이 방송통신 시장의 지배력 전이, 경쟁제한성, 법제도 개선 등의 측면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결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는 시작부터 김이 빠졌다.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교수들이지만 발표 내용에 대한 진정성은 완벽히 담보받을 수 없었다. 주최측인 서강대에서 세미나 시작 전 KT와 LG유플러스가 행사를 후원했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KT, LG유플러스다. 전문가 집단의 입을 빌어 자신들의 주장을 표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날 세미나 발표내용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교수 개인의 온전한 철학일 수도 있고 바람직한 규제방향일수도 있다. 다만, 일부 잘못된 블로거처럼 제품의 좋은 면만 일방적으로 내세울 경우 독자는 편향적인 정보만 제공받을 수 있다. 주최측이 후원사를 사전에 밝히지 않았다면 이날 세미나가 제공한 정보에 숨은 의미는 추론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릴수록 견해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발표하는 것보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면 세미나의 품격도 한층 올라갔을 것이다. 물론, KT와 LG유플러스의 후원인 만큼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겠지만 말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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