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정/부음

삼성, 임원인사 ‘신상필벌’…승진 최소화 7년 만에 200명대로

윤상호
- 2013년 정기인사 대비 40% 승진자 감소…조직개편까지 한파 예고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인사를 관통하는 화두는 ‘위기’다.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하는 첫 행동은 몸집 줄이기다. 삼성그룹이 1일 2016년 사장단 인사에 이어 4일 2016년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임원 승진은 최소화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삼성의 인사원칙은 ‘성과 없는 곳에 희생이 있다’는 말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4일 삼성그룹은 2016년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총 294명이 승진했다. 지난 2012년 실시한 2013년 정기임원인사 승진자 규모가 총 485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0%나 줄었다. 삼성그룹의 임원승진자가 200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승진자 축소는 삼성전자 등 실적부진과 계열사 매각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적부진 여파는 삼성 인사 풍속도를 바꿨다. 삼성전자의 경우 승진 예상자보다 구조조정 명단이 먼저 돌 정도였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제외한 대부분 부진의 책임을 졌다. 또 삼성그룹은 작년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을 한화에 매각했다. 이들은 당연히 이번 인사에서 제외다. 삼성SDI의 캐미컬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비피화학 등 롯데에 매각한 계열사 인사는 이번 인사에 포함됐다.

발탁인사도 줄었다. 발탁인사는 통상 거쳐야하는 단계를 뛰어넘은 승진을 지칭한다. ▲부사장 5명 ▲전무 15명 ▲상무 24명 등 44명이 수혜를 입었다. 발탁인사 고점이었던 2014년 정기임원인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대신 해당 분야서 확실한 성과를 낸 이들에겐 2년 이상 승진을 당겨줬다. 삼성형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실현했다는 것이 삼성그룹의 설명이다. 평가다. 삼성전자 반도체 및 스마트폰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삼성전자 김학래 상무(전무 승진, 휴대폰 글래스 메탈 케이스 공정 개선 주도) ▲삼성전자 심상필 상무(전무 승진, 14나노 핀펫 공정개발 및 양산 주도 ▲삼성전자 배광진 부장(상무 승진, 갤럭시S6엣지 및 갤럭시노트5 베젤 축소 등 전략과제 선행기구 개발 ▲삼성전자 김강태 부장(상무 승진, 타이젠 플랫폼 성능개선 및 소프트웨어 품질 안정화 기여 ▲삼성전자 김후성 부장(상무 승진, 세계 최초 14나노 낸드플래시 개발 기여 등 7명이 2년 발탁 주인공이다.

긴축의 여파는 여성 및 해외 승진 규모에도 영향을 끼쳤다. 개발분야 최초 여성 부사장이 탄생했지만 여성 승진자는 한 자리수대(9명)으로 하락했다. 해외법인 승진자 역시 4명으로 줄어들었다.

한편 삼성그룹의 찬바람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다음 주 실시할 계열사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가 관건이다. 회사를 떠나야할 수 있는 사람의 윤곽이 선명해지는 것도 이 때다. 계열사 사옥 재배치 등과 맞물려 어수선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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