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열사 CEO 대부분 유임…전자·호텔·패션, 3남매 영역 구분 강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1일 삼성그룹이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실상 첫 인사다. ‘안정 속 변화’가 화두다. 성급한 친정체제 구축보다 경륜에 의지하는 길을 택했다. 오너 일가 승진은 없었다. 인사 폭은 최소화했다. 하지만 언제든 교체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주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와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 수장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다. 삼성SDS만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삼성물산도 윤주화 대표가 삼성사회공헌위원회로 옮겼을 뿐 기존 최치훈 대표 김신 대표 김봉영 대표는 그대로 간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유임은 위기 돌파를 위해선 현재 상황을 가장 잘 아는 CEO가 최적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신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와 윤부근 대표 신종균 대표는 각각 겸직하고 있던 종합기술원 생활가전사업부 무선사업부를 차세대 경영진 후보군에 자리를 물려줬다.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원장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해 종합기술원과 무선사업부를 맡았다. 전동수 삼성SDS대표는 소비자가전(CE)부문 의료기기사업부장에 선임됐다.

대표는 그대로 뒀지만 사업부장을 교체해 긴장감을 준 것이다. 아울러 의료기기사업부장을 사장급으로 임명해 신성장동력 육성에 힘을 실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고한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의료와 바이오를 삼성그룹 차기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뜻을 재확인 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역시 그대로 유지됐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등이 자리를 지켰다. 변화는 인사지원팀장 정현호 부사장과 법무팀장 성열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정도다. 미래전략실도 지주사 전환과 사업재편 등 마무리 못한 일이 남았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없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투병이 길어지고 있어 의외다. 구설수를 피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 승진은 경영권 강화 효과가 있지만 자칫 기업 이미지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그 자리 그대로다. 이서현 사장만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겸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3남매의 전자 호텔 패션 영역 나누기가 보다 확실해졌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