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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수 절반됐다는데…과연 ‘규제’가 이유?

이대호
- 외산게임 인기·시장 성숙기 진입 등으로 업체수 감소
- 셧다운제 등 규제 정책, 우수 인력 유입에 악영향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내 게임업체가 최근 5년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3만535개였던 업체가 2014년엔 1만4440개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문제 제기됐고 이번에 한국경제연구원도 관련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게임업체수 감소의 주된 이유가 ‘규제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생산된 기사 역시 셧다운제 등의 규제 정책이 ‘게임업체수의 감소와 관련 산업의 위축’을 불러온 주된 이유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내에선 다른 목소리도 감지된다. ‘규제’를 산업 위축의 주된 이유로 보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게임 시장의 환경 변화로 위기가 왔다는데 더 큰 무게를 두기도 했다. 규제는 부차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10년 이상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는 고위 관계자는 “산업계 위기는 복합적 이유가 있다”며 “게임도 이제 불황을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게임업체들의 위기가 규제 때문이라면 (시장 변화에 대응이 늦은 것에 대한) 면죄부를 찾는 격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실제 게임업체수가 줄어든 주된 이유로는 국내 게임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소규모 자본과 적은 인력으론 점차 성공이 어려운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09년이나 2010년과 달리 이제 모바일게임 1인 창업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됐다는 게 지금의 업계 분위기다.

지난해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NTP 행사에서 “모바일게임 사업에서 스타트업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경쟁이 심해지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본과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 발언의 요지였다. 최근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액션게임(RPG)의 경우 스타트업이 만들어 서비스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넷마블과 넥슨 등 대형 업체들 간의 경쟁이 됐다.

외산게임의 폭발적 인기도 업체수 감소의 이유로 볼 수 있다. 이는 경쟁에서 뒤쳐진 업체들이 시장에서 자연 도태가 된 경우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선 지난 2011년 출시된 외산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가 큰 인기를 끌면서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 PC방만 봐도 LoL은 수년째 30~40%대(게임트릭스 기준)의 압도적인 점유율 수치를 보이고 있다. LoL의 국내 출시 전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10%대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던 시장이었다. 이는 규제와 상관없이 국내 업체들이 시장 경쟁에서 밀렸다고 봐야 한다.

셧다운제의 경우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여러 번 지적받은 바 있다. 바꿔 말하면 셧다운제 시행이 게임업체의 매출엔 거의 영향이 없다는 말이다. 새벽시간대에 청소년들의 접속을 차단해도 넥슨 등 대다수 업체들의 매출엔 이렇다 할 부정적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셧다운제는 게임업체수 감소나 매출에 타격을 줬다기보다는 대외에 규제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우수 인력의 유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업계 내 목소리가 크다. 한 관계자는 “예전만큼 게임산업에 우수 인력들이 오지 않고 있다”며 “규제가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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