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분류

[취재수첩] 게임강국 코리아, 과연 3년 뒤엔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3년 전쯤, 게임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들끼리 3년 후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를 점쳐본 적이 있다. 과연 게임강국 코리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당시 기자들 사이에선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바로 중국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에도 지금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세계 5위(구글플레이 기준) 안에 드는 규모로 성장했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셧다운제 등 규제 정국 속에서 지난 3년간 우리 게임업계가 기회를 잡아 잘 대처해온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는 지난 20년 가까이 온라인게임 개발과 운영으로 다져왔던 저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3년 뒤에도 게임강국 코리아로 불릴 수 있을까. 이제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중국 업체들이 급성장한 까닭이다.

10년 전은 물론 3년 전과도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중국 시장에서 흥행한 모바일게임을 가져오기 위해 국내 업체들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는 것이 그 예다. 중국 게임은 귀빈 대접을 받고 있다.

흔히 말하는 중국산 게임의 최대 강점 중 하나가 ‘방대한 콘텐츠’다. 최근 중국에서 넘어온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보면 PC기반 게임의 콘텐츠가 거의 그대로 들어가 있다. 모바일게임 기준에선 엄청난 분량이다.

이를 본 업계에선 모바일 MMORPG는 ‘이제 국내 업체가 만들 수 없는 게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 게임과 직접 경쟁하려면 대규모 개발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건비를 생각하면 이미 원가 경쟁력에서 지고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기술력과 완성도까지 갖춰가고 있는 것이 중국 게임의 현재다.

국내 게임사가 활로를 찾기 위한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콘텐츠의 높은 완성도와 차별화 요소를 갖추는 것이다. 게임 콘텐츠의 품질이 전제돼야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 나오는 게임들이 상당한 품질을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출시돼 대박을 일군 레이븐도, 이달 7일 첫발을 뗀 메이플스토리2도 콘텐츠 자체로 호평을 받고 있다. 까다로운 국내 이용자들에게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메이플스토리2는 출시 첫날 30만명이 몰려 온라인게임 시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렇지만 대외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중국과 국내 업체 간 갈수록 체급 차이가 더욱 벌어져서다. 국내 증시에 입성하는 중국의 게임기업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업계 내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엔 중국 정부가 올 연말까지 인터넷 사용료를 30%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올 초부터 리커창 총리가 중국 인터넷 환경 개선을 촉구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2017년까지 1조1300억위안(약 200조원)을 투자해 인터넷 기반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이처럼 현지 인터넷 인프라가 확대되고 가격 접근성이 개선될 경우 중국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생긴 셈이다.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첫발을 뗀 곳이 많다. 하반기를 기점으로 많은 도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회와 정부도 게임업계에 힘을 실어주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에게만 기대를 걸기엔 3년 전에 비해 여러 가지 상황이 좋지 않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이대호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