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재편 가속화로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은 액정표시장치(LCD)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중국의 맹추격, 전방산업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국내 업계는 어려움에 빠져 있다. 생산수율 향상과 원가절감의 문제만 해결할 수 있으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전성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시장규모가 LCD보다 작다. 소형에 이어 대형에서 OLED가 주류로 부각될 시기는 언제일까.
올해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불확실성이 높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LCD 패널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감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가 TV 수요부진이 겹치면서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1202억달러(약 148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발 LCD 패널 공급과잉이 문제다.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중국 현지 업체의 신규 공장 물량이 더 많을 정도다.
그나마 OLED 시장은 한동안 10% 성장이 가능하지만 어쩔 수 없이 LCD 시장은 일정 부분의 조정기가 불가피하다. 디스플레이 공급과잉률은 2015년 1분기 12.4%에서 동년 3분기 10.3%로 다소 줄었지만 올해 1분기는 18.2%로 치솟고 3분기는 11.6%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LCD 패널 평균가격은 올해 1분기 174달러→2분기 174달러→3분기 177달러→4분기 173달러를 나타낼 전망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바닥을 쳤다고도 볼 수 있으나 다른 측면으로는 성수기, 특히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로 인한 효과를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은 OLED가 거의 유일하다. OLED는 백라이트유닛이 필요 없어 LCD 대비 공정수가 짧다. 같은 수율이라면 OLED의 생산효율이 높아 원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휘지 않는(Rigid) 중소형 OLED 패널은 LCD 패널과 비교해서 원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대형 OLED 패널에서는 메인 플레이어가 LG디스플레이뿐이기는 하지만 전체 OLED 시장으로 보면 중저가 스마트폰의 채용 확대, 가격이 다소 낮아진 OLED TV의 판매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OLED TV의 평균판매가격은 2015년 1분기 3581달러(약 476만원)에서 동년 3분기 3120달러(약 385만원), 올해 1분기 3063달러(약 378만원), 3분기 2609달러(약 322만원)가 예상된다. 그만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0%에서 올해 12.2%로 예측된다.
중소형 OLED 투자 잇따라
올해 OLED 시장에서 눈여겨볼만한 관전 포인트는 삼성디스플레이의 TV 시장 전면 참여다. 업계에서는 시기적인 조율만 남았을 뿐이지 사실상 올해 안으로 대형 OLED 패널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주도의 LCD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OLED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2016년 글로벌 패널 업체의 설비투자는 112억달러(약 13조8000억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2015년보다 15%p 급증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정도로 설비투자 규모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패널 시장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변수는 LCD 패널의 공급과잉이 어느 수준까지 이어지느냐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TV 수요가 소폭 개선되고 공급과잉이 다소 완화되면서 패널 가격이 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다. LCD 패널 가격이 안정화에 접어든다고 하더라도 중국 업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OLED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OLED 공정에서의 변화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의 대형 OLED 증착 장비 가격은 6세대 8000장 투입 기준 700억원대로 상당히 비싸다. 수율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 처럼 장비 가격이 비싸니 패널 원가에 높은 감가상각비가 포함될 수 밖에 없다. 생산성 역시 떨어진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현재 일본 토키의 증착 장비를 들여와서 사용하고 있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파주 신규 8세대 OLED 증착 라인(E4)에 국내 업체인 야스의 증착 장비를 들여놨다. 토키 장비와 비교해 초기 도입 가격은 저렴하지만 아직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나 삼성디스플레이 모두 잉크젯 프린팅 증착 공정을 도입하기 위해 협력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머크(재료), 도쿄일렉트론(장비), 엡손(노즐)과, 삼성디스플레이는 투자를 단행한 미국 카티바와 함께 잉크젯 프린팅 공정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의 활용은 대형 OLED 패널의 원가절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에 있어 LG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화이드OLED(WOLED) 방식을 이용하면서 후면발광(bottom emission)이 아닌 전면발광(top emission)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전면발광 방식은 4K뿐 아니라 8K에 있어서도 중요한 핵심 포인트다. OLED 패널에서 고해상도를 구현하려면 개구율(실제 빛이 나올 수 있는 면적 비율) 확보가 어렵다. 자발광 소자를 사용하는 OLED의 경우 LCD 대비 개구율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밝기를 보상하기 위해 전류량을 늘릴 경우 소자 수명이 단축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 같은 OLED TV라도 후면발광에서 전면발광 방식으로 바꾸려면 컬러필터 배치를 바꿔야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일이므로 삼성디스플레이의 행보는 첫 단추를 잘 꿰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면에는 LG디스플레이와 차별화, 확실한 원가절감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
중소형 OLED는 플렉시블이 핵심
한편 중소형 OLED 패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플렉시블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 규모는 24억12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 그쳤으나 올해는 53억6600만달러(약 6조5000억원)를 나타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OLED 디스플레이에서 플렉시블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24%에서 오는 2018년 34%까지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작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출하량은 5700만개에 도달, 전체 OLED 디스플레이에서의 시장점유율을 16%로 끌어올렸다. 올해 출하량 예상치는 1억2000만개 이상이며 오는 2020년까지의 연평균성장률은 44.8%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첫 단계인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 패널은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이 시작됐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박막트랜지스터(TFT) 기판을 활용해 내구성이 높인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을 시작으로 깨지지 않으면서도 구부릴 수 있는 벤더블(Bendable),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폴더블은 이르면 올해 연말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관련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도 비슷한 시기이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양산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강화유리 및 기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 혁신이 필수적이며 국내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일본은 기술력을 갖추긴 했으나 양산은 멀었고 중국 업체의 경우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해 유리 기판을 사용하는 일반 휘지 않는(Rigid) OLED 양산은 건너뛰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반 OLED 양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업체가 곧바로 6세대 플렉시블 OLED 양산라인을 구축한 뒤 수율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불확실성이 높다.
중국 업체의 추격에 대해 우리나라 업계는 초격차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먼저 중소형 플렉시블 OLED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삼성디스플레이는 증설 작업에 착수했다. 에스에프에이와 테라세미콘, AP시스템, 로체시스템즈, 톱텍, HB테크놀러지 등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대규모 물량을 수주한 상태다. 탕정에 위치한 OLED 전용공장인 A3 라인을 증설을 위한 작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장비 발주에만 9조원 가량이 예상되는데, 생산능력이 두 배(월 3만장) 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2015년 7월 구미공장에 6세대 플렉시블 OLED 신규라인 건설에 1조5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파주 사업장에도 향후 3년 동안 10조원을 들여 OLED 생산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플렉시블 OLED팀을 기존 OLED사업부에서 스마트폰 사업부 소속으로 조직을 개편한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주요 고객사 확보가 이뤄져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애플이 아니면 이 정도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출시될 아이폰은 OLED 탑재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중소형 OLED의 또 다른 수요처는 자동차다. LG디스플레이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에 OLED를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시작은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OLED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연간 총 시장 규모는 5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나 ‘자동차의 전장화’ 수준에 따라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크기가 1~17인치로 다양하다. 대당 2~4대까지 탑재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내부 디자인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LCD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곡선 등에서 플렉시블이 손쉬운 OLED가 각광받고 있다.
IHS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 포함) 패널의 매출 규모는 작년 54억7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9년에는 이 부문의 시장 규모는 67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재팬디스플레이(JDI)와 샤프 등 일본의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일본에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 ‘티어1(Tier1)’이라 불리는 전장 업체들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노룩스와 AUO, CPT와 같은 대만 업체들 역시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 일정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CD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추격뿐 아니라 일정한 수익성을 고려한다면 OLED를 통한 시장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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