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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역 2.6GHz 9500억원…주파수 경매 1일차, 누가 왜 올렸나

윤상호
- 베팅 승부로 경쟁자 배제 전략…KT 포기 노린 SKT 노림수, 가능성↑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주파수 경매가 시작됐다. 1일차부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경매는 총 140MHz폭 5개 블록이 매물로 나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참여했다. 첫 날 결과는 5개 블록 중 1개 블록만 가격이 치솟았다. D블록은 9500억원에 도달했다. 지난 2회의 경매와 다른 결과다. 돈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경쟁자의 포기를 노리는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 누가 가격을 올렸을까.

29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1일차 주파수경매를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30분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입찰은 7라운드까지 진행했다. 7라운드 현재 D블록(2.6GHz 40MHz폭)은 최저경쟁가격에서 2947억원 오른 9500억원까지 상승했다. 입찰최소증분인 0.75%씩 라운드를 소모했다면 7라운드 D블록 가격은 6856억원이다. 나머지 블록은 최저경쟁가격을 유지했다.

◆D블록 급증, 1라운드 이후 경우의 수 4개=경매에 나온 주파수는 ▲700MHz 40MHz폭(A블록) ▲1.8GHz 20MHz폭(B블록) ▲2.1GHz 20MHz폭(C블록) ▲2.6GHz 40MHz폭(D블록) ▲2.6GHz 20MHz폭(E블록)이다. 최저경쟁가격은 ▲A블록 7620억원 ▲B블록 4513억원 ▲C블록 3816억원 ▲D블록 6553억원 ▲E블록 3277억원이다.

7라운드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4개다. 첫 번째는 1라운드에서 전부 D블록에 응찰한 상황이다. 이후 3개사가 D블록에서 입찰 경쟁을 했다고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1라운드에서 3사가 D블록에 몰렸지만 이후 1개사가 다른 블록으로 빠져나간 상황이다. 세 번째는 1라운드에서 2개사는 C블록 1개사는 D블록에 응찰했고 다음 라운드에서 C블록 1개사가 D블록으로 옮겨 경쟁을 한 상황이다. 마지막은 1라운드에서 1개사는 다른 블록에 2개사는 D블록에 쓴 뒤 경쟁이 이어진 모습이다.

경우의 수는 1라운드 입찰 양상에 따라 갈린다. 경매규칙 때문이다. 이번 경매는 광대역 A·C·D블록은 1개사 1블록만 입찰할 수 있다. 블록 승자는 승자가 된 블록 외 남은 블록 중 경매 전 신청한 대역 폭 내에서 경매를 계속할 수 있다. D블록이 광대역이라는 점과 D블록 외 나머지 블록 가격이 오르지 않은 탓에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린다.

◆7라운드 경우의 수, D블록 2개사 또는 3개사 응찰=결과적으로 7라운드 종료 뒤 상황은 2개로 좁힐 수 있다. D블록에 2개사 타 블록에 1개사 또는 D블록에 3개사다.

D블록 급증한 까닭은 한 가지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금액을 적어 승부를 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포커에서 좋지 않은 카드를 잡았을 때 상대방을 죽이는 방법과 유사하다. 자금력을 보여줌으로써 초반에 판을 정리하는 전략이다.

3사의 상태를 감안하면 SK텔레콤이 질렀을 확률이 가장 크다. SK텔레콤은 경매 이전부터 SK텔레콤이 D블록 KT가 A블록 LG유플러스가 C블록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해왔다. KT는 대응차원에서 따라왔을 가능성이 높다. 끝까지 가기는 부담스럽지만 여기서 나오면 경쟁사는 예측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을 받는다. 버릴 때 버리더라도 가격을 최대한 올려야한다. KT가 인상을 주도했다면 반대다. 이번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뜻을 내비춰 SK텔레콤을 A블록으로 밀어내는 작전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작전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SK텔레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경매, 조기 종료 가능성↑…3일차 이내 이전 낙찰가 상회=LG유플러스가 입찰액 인상을 주도했을 가능성은 낮다. 최종 낙찰가를 볼록 입찰액 최대치를 합쳐 정하는 ‘최고가블록조합방식’이 발목을 잡는다. 블러핑을 잘못하면 C블록을 놓치거나 예정보다 비싼 값에 사게 될 수 있다.

한편 경매가 2일차와 3일차에도 이렇게 흐른다면 밀봉입찰(51라운드)까지 가지 않고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9500억원 기준 최소입찰증분(승자 입찰액 0.75)%씩 오르면 2일차 종료 14라운드엔 1조13억원이 된다. 3일차 종료 21라운드엔 1조553억원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열린 지난 2013년 경매에서 SK텔레콤의 1.8GHz 35MHz폭 낙찰가는 1조500억원 KT의 1.8GHz 15MHz폭 낙찰가는 9001억원이다. 가격이 올라가도 너무 올라간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다만 D블록 패자가 경쟁사의 손해를 최대화 하려는 전략으로 선회한다면 밀봉입찰까지 갈수도 있다. 최소입찰증분만 올리면서 밀봉입찰에서 가격을 높이지 않으면 끝이다. 어차피 D블록에서 밀려나면 A블록이다. 그때 가도 최저가에 살 수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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