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1주년기획 / IT산업 미래전략①] '미래 시대’ IT한국, 무엇을 준비해야하
미래가 주는 공포… 그 막연한 무게
지난 3월 중순, 대한민국은 전혀 예상치못한 이벤트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 구글의 인공지능(AI)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간에 펼쳐진 세기의 대결,‘알파고 쇼크’ 때문이다. 이 대국에서 이 9단은 알파고에 무릎을 꿇었다.
쇼크의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2016년, 과연 우리 IT산업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미래’라는 단어는 밝고 발전적이며 희망찬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지극히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의미도 동시에 갖게됐다.
그러나 한편으론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낙관하기도 한다. 알파고에 패한 이후, 이세돌 9단은 일반 기전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연전연승을 거둬 화제가 됐다.‘알파고 이후 이 9단의 내공이 더 깊어진 것 같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대기획] ‘미래 시대, IT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하나‘를 주제로 7회에 걸쳐 연재한다. 우리 IT산업이 새롭게 ‘미래’라는 화두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또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성과와 그 방향성은 어떻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아울러 혁신적인 노력을 통해 10년후 미래시대 경쟁에 대비하고 있는 국내외 주요 IT기업들의 모습도 살펴본다. <편집자>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46) 김모씨는 올해 고2인 아들과 진로 문제를 놓고 대화를 자주 나눈다. ‘스스로 개방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김씨는 평소 ‘그냥 아이가 좋아하는게 있다면 그것을 밀어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더구나 아들이 수학, 과학을 매우 흥미있어 하고 학교성적도 좋아 내심 큰 걱정(?)은 없었다. 물론 아예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요즘 취업하기 힘들다는 인문학쪽 전공을 선택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좀 심각해졌다. 단순히 진학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자체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 주변에서 들리는 소식들은 김씨의 가슴을 무겁게 하는 것들 뿐이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청년실업률(통계청 기준, 올해 4월 실업률 10.9%), 30대의 젊은 인력들도 언제든지 구조조정이 될 수 있는‘유연한 노동’정책 기조의 강화, 조선(造船) 등 우리의 전통 주력 산업들에 불어닥치고 있는 위기감 등은 벌써부터 청소년 자녀들 둔 부모들의 시름을 깊게 한다.
김씨는 “미래에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가 곧 올거라고 해서 기계가 대체할 수 없은 직업군이 뭔지 학부모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지금부터 뭔가 대안을 찾는다는 게 한편으론 너무 과민한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비록 성격은 다르지만 이러한 종류의 고민, 즉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 또는 ‘무게감’은 자식의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미 여러 산업군에서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다. 대표적으로 금융권에서는 조만간 ‘로보 어드바이저’(RA; Robo Advisor)의 등장으로 인해 금융 자문컨설턴트(금융 상담사)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24일, 금융위원회는 제2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채널로도 금융자문서비스가 올 하반기부터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앞으로는 테스트를 통과한 RA가 사람을 대신해 직접 금융자문 및 일임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로봇이 법적인 지위를 얻어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사례는 아마도 대한민국이 세계 첫 사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비스의 질적인 경쟁력 여부를 떠나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
‘10년후 대비하자’ 분주한 정부-산업계
'알파고 쇼크'이후, 정부 각 부처는 부랴부랴 민관협의회를 발족시키고 10년후 미래를 준비하기위한 대응 전략을 앞다퉈 내놓았다
특히 인공지능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3월1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능정보산업발전전략 보고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향후 5년간 총 1조원을 투자하고 국가 역량과 데이터를 결집할 민간주도의 지능정보기술연구소의 설립 계획을 밝혔다.
또한 정부는 2조5000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도 유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투자금액만 놓고 보면, 인공지능에 대한 전세계적인 투자 트랜드에 비춰볼 때 결코 만족할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새로운 미래 먹거리에 대한 방향성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만하다. 실제로 곧 출범하게될 지능정보기술연구소에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차, 한화생명 등 각 분야별 대기업군이 30억원씩 출자하기로 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미 시장에선‘인공지능 방식’을 앞세운 AI 마케팅이 금융, 유통 등 서비스분야에서 적지않게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열풍에 대해 일각에선 “너무 유행에 민감한 것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미래 먹거리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반응도 교차한다.
물론 인공지능이 우리 미래산업의 전부는 아니다.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4월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주형환 장관의 주재로 ‘신산업 민관협의회’를 발족하고 1차 협의회를 개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으로 우리 나라가 주력해야 할 ‘신(新)산업’ 주요 특성으로 ▲게임 체인저, ▲네트워크, ▲비교우위 보유 ▲프리미어 전략 등 4가지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먼저‘게임체인저’란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존 산업 생태계를 통째로 바꾸면서 전후방 산업및 타산업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는 분야를 말한다. 현재 정부와 산업계에서 가장 깊게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다. 미래 시장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분야에서 하루빨리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시장을 리딩할 수 있는 이러한 핵심 분야의 성장은 단기간에는 절대 성과가 나오지 않기때문에 최소 5~10년 이상의 중장기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함께‘네트워크’는 한번 구축되면 사용자 추가에 따른 한계비용이 거의 없고, 로크인 효과가 높은 분야를 의미한다. 이는 발빠른 시장 인프라와 서비스의 선점을 의미한다.
또 ‘비교우위’는 콘텐츠 등 우수인력 보유 등 우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말한다. 한류(韓流)와 같은 문화적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거둬들이는 효과를 생각하면 쉽다.‘프리미어’전략은 차세대반도체, OLED 등 주력산업에 ICT, 서비스, 문화 등을 융합해 고도화 또는 명품화 할 수 있든 분야다. 기술력 기반의 고부가가치 제품은 언제나 중요하다.
이날 회의에서 발제로 참석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측은 제4차 산업혁명이 기존의 변화와 무엇이 다른지를 진단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혁신적인 9대 기술을 제시했다. ▲빅데이터분석, ▲자동화 로봇,▲시뮬레이션, ▲수평 수직적 SW통합, ▲산업인터넷,▲ 사이버보안, ▲클라우드,▲ 3D프린팅, ▲증강현실 등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언급된 9대 기술은 이미 국내 IT시장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주제들이 대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는 의미다.
'핵심 역량'의 부재, 전 산업의 공통된 문제…해법 없을까
최근 조선업의 위기가 국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십수년전부터 중국의 급성장으로 조선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모하자 국내 조선사들은 이에 대응하기위해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선회했다. 해양 플랜트나 초대형 크루즈선이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수요가 감소하고,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발주가 취소되는 시장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상황이 급속하게 악화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선업계의 전략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우리 조선업계가 정작 고부가가치 제품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역량, 즉 설계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한채 무조건 수주물량 따내기식 경쟁으로 신사업을 밀어부치면서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결국 발주자측의 조그마한 설계변경에도 막대한 비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취약한 기술구조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물론 이같은 핵심 역량은 부재는 조선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투자금융 시장에 진출하기 앞서 리스크관리 수준의 지속적인 강화가 필요한 금융산업, 글로벌 스마트카(Smart Car) 시장의 핵심에 아직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한 자동차 산업, OS(운영체제)라는 변수에 항상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전개해야하는 휴대폰및 모바일 산업 등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몇년간 천문학적인 군납 비리가 밝혀졌다. 이것도 결국 따지고 들어가면 군장비 관련 기술의 핵심역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고가의 외산 장비를 구매하는 프로세스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이다.
혹자는 전산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우리 산업의 이러한 불안안 징후들을 산업의 노쇠화로 진단한다.
기업가 정신과 도전 의욕이 넘쳤던 성장기의 신바람을 지나 오랜 기간의 성숙기를 거쳐 이제 쇠퇴기로 접어드는 산업이 많다는 점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웬만한 산업은 가격경쟁력이 뛰어나고 기술력이 어느정도 받쳐주는 신흥 경쟁국에 밀릴 수 밖에 없는데, 이제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인정하고,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으로 맞서야한다는 주문이다.
IT산업의 미래는 SW가 핵심...“충분히 희망이 있다”
<미니 인터뷰> 석창규 SW공제조합 이사장
우리 IT산업도 역시 핵심역량이라 할 수 있는 SW 부문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IT시장에서 너끈히 통할 수 있는 월드 클래스의 제품이 크게 빈약하다.
물론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 정부 차원에선 공공IT사업의 대기업 진출 배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SW산업진흥법 개정 등 지난 수년간 나름대로의 해법을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정책적 보호막아래서 중견 IT기업들, 그들만의 출혈경쟁이 나타났다. 시장 경쟁력을 갖춘 강력한 SW중심 기업은 막연히 정책적 지원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국내외 1800여개 회원사로 구성된 소프트웨어(SW)공제조합을 이끌고 있는 석창규 이사장(사진)은 본지와 가진 창간 11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장기 불황의 여파로 인해 지금 IT산업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체가 비관론이 높지만 그래도 10년후를 예측한다면 우리 IT산업은 질적으로 지금보다는 한단계 이상 업그레이드돼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석 이사장은 삼성SDS가 3년전 공공, 금융SI(시스템통합)사업에서 손을 떼고 SW를 강화한 사례를 들면서“비록 의도한 성과가 나왔는지는 아직 판단하지 못하겠지만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이라며 “이제는 우리 나라 IT기업들이 보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 본질은‘SW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냉정하게 말해 지금까지 우리 IT산업은 기존 인력과 자원을 끌어모다 결국 인건비로 이윤을 남기는 구조는 건설업과 다를게 없지 않았느냐. 그런데 그것은 IT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석 이사장은“이제는 핵심 기술을 개발해서 IT시장에서 승부하려는 의지가 강해질 것”이라며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10년후 우리 IT산업은 충분히 지금보다 분명히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하여 석 이사장은 최근 시연회 도중 데모 프로그램이 또 다시 다운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최근 티맥스가 OS(운영체제)를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
일각에선 티맥스의 또 다시 무모한 도전을 한 것 아니냐며 냉소를 보내기도하지만 석 이사장은 “어떻든 그것은 의미있는 전진이며, 충분히 높게 평가받아야 할 일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칭찬했다.
석 이사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요 IT기업들의 실적이 예전만 못하고 중국 등 신흥국들이 급성하면서 IT업계 종사들이 요즘 좀 암담하다는 생각을 하갰지만 이런 과정을 뚫고 진짜 경쟁력을 갖는 SW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충분히 희망이 있다” 고 조언했다.
한편 석 이사장도 SW공제조합을 맡으면서 그동안 본질에서 벋어난 부대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오로지 SW산업 발전에 도움이되는 사업 중심으로 재편시켰다. 공제조합 출자금으로 생성된 이익중 1%를 SW산업 발전을 위한 사회공헌 기금으로 환원시키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 SW업체들이 공제조합에 제출하는 대출서류도 기존에는 8종이나 됐는데 이를 대폭 간소화시키는 개혁을 단행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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